highgel's blog

앨범리뷰)Verbal Jint-변곡점 한국 힙합의 역사를 논할 때, Verbal Jint(버벌진트)라는 이름을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다. 한국말 라임의 개척자이자,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한 래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어쩔 수 없이 그 역시 내려가는 순간을 겪기도 하였다. 이 앨범의 제목이기도 한 ‘변곡점’은, 곡선의 상승과 하락이 변화하는 지점을 일컫는다. 한 명의 뮤지션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크고 작은 변화는 당연하다. 이 앨범은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과정, 그리고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된 버벌진트의 모습을 보여준다. 앨범의 초반부 트랙들에서는, 현재 도달해있는 지점이 어디쯤인지 설명하고 있다. 지난 정규 6집 ‘Go Hard’의 마지막 트랙이었던 ‘Gone’에서 이어지는 ‘G.. 더보기
앨범리뷰)Don Mills-F.O.B. Don Mills (던밀스)가 군생활을 하던 기간 동안에도, 그의 이름은 종종 커뮤니티에 회자되고는 했었다. 다른 트래퍼들과 비교되며 ‘던밀스 만큼만 곡을 뽑아줬으면’ 하는 글이나 댓글들은 지금까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고, 유튜브를 활용하는 래퍼가 많아지면서 ‘던밀스의 DDR’ 또한 재조명되기도 하였다. 한국 힙합씬 안에서 던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제법 크다는 것이다. 여러 매체를 통해 보여진 모습 때문에 개그 캐릭터로 인식이 되기도 하고, 그의 플로우나 작사 방식 또한 독특하기 때문에 빛을 발하지 못 했던 부분들이,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군대에 있던 기단 동안에 더욱 부각되었다. 그렇기에 그의 복귀를 기대하는 팬들도 많았다. 전역 직후에 ‘OKGO2’라는 싱글을 내며 다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 더보기
앨범리뷰)서리(30)-THE FROST ON YOUR KIDS Crew(크루)라는 단위의 어원은 한배를 탄 선원을 뜻하지만, 공통의 목적으로 인해서 모인 사람들을 뜻하기도 한다. 그리고 힙합씬에서 크루는, 같은 크루로서 통일성을 띠기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특정 장르를 고집하는 때도 있을 것이며, 한 곡 안에 함께 겪었던 경험담을 녹여내며 유대감을 형성하는 때도 있다. 심지어 음악 외적으로는 옷을 맞춰 입는 등의 행위를 하기도 한다. 일종의 이미지 메이킹이라 생각된다. 그런 면에서 서리(30)의 경우는 조금 특별하다. 특유의 차가운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Viann(비앙)과 cjb95의 날이 선 비트는 물론이거니와 Heesoo(그냥 희수), Niwann라는 두 명의 그래픽 디자이너가 만들어내는 아트워크도 굉장히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무엇.. 더보기
앨범리뷰)Lil tachi-Forever Young Lil tachi(릴타치)의 지난 정규, ‘Boombap Mixtape’은 ‘트랩 특유의 날것의 매력을 잘 보여줬다’는 평을 얻었지만, 29곡이라는 방대한 구성 탓에 ‘정신없다’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은 앨범이었다. 그에 반해, 첫 정규 이후 약 1년만에 내놓은 이번 ‘Forever Young’은 이전 작품과는 전혀 다른 인상을 심어주었다. 간결한 러닝타임과 더불어 유기성까지 갖춘 이번 앨범은, 이전보다 성숙해졌다는 인상까지도 심어줬다. 첫 트랙 ‘Forever 0’부터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는데, 단어 하나하나를 강조하는 듯한 Unofficialboyy(언오피셜보이)의 훅과 더불어서 ‘슈비두비두밥’이라는 의성어와 함께 훅 들어오는 릴타치의 벌스, 그리고 상대적으로 낮은 톤의 Kid Milli(키드밀.. 더보기
매우 늦은 2020년 앨범 리뷰 이 글을 작성하기 전, 총 64장의 앨범을 추렸습니다. 그걸 다시 추리고 추려서 총 15장의 앨범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이 앨범은 왜 없나요?'같은 질문을 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미리 궤변을 좀 늘어놨습니다.. (아무도 신경 안 쓰셨겠지만..)늦어진 것에 대해서 죄송하고, 나름 최선을 다 해서 썼습니다. 그럼, 잘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Kitsyojii(키츠요지)-돈이 다가 아니란 새끼들은 전부 사기꾼이야 이 앨범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돈을 주제로 흘러간다. 돈에 대한 집착을 넘어서 거의 광기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돈에 대한 집착이야말로 이 앨범을 이끄는 원동력이자 키츠요지라는 캐릭터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첫 트랙 ‘Playstation’에서부터 자신이 돈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 더보기
앨범리뷰)Nini Blase-변절자 이 글을 읽는 이들 중에는 니니 블라세 (Nini Blasé)라는 이름 자체가 생소할 수 있다. 간단히 소개를 하자면, 작년에 두 장의 EP를 발매하며 나름 활발한 활동을 보인 여성 래퍼이며, 트랩과 이모, 그리고 보깅과 같은 생소한 장르에도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그녀의 작업물을 들어보지 못했더라도, 스월비 (Swervy)의 파랑 뮤직비디오 속 하얀 머리 여성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도 분명 있으리라. 작년 10월 3곡짜리 EP앨범을 발매한 이후, 제법 긴 공백을 가졌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이번 앨범은 이전 작업물들보다도 더욱 공을 들였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었다. 이 앨범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우선 故 마광수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1991년도에 발표.. 더보기
앨범리뷰)개미친구-개미친구일집legacy(유산) 개미친구를 처음 접한 것은, 작년에 발매한 ‘개미굴’이라는 EP앨범을 통해서였다. 듣자마자 자신의 우울한 감정을 필터링 없이 모두 꺼내어 놓는듯한 독특한 작사 방식에 매료되었고, 그렇게 그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 듣게 되었다. 그러던 중 들은 ‘배설’이라는 앨범은 문자 그대로 감정의 배설, 그 자체였다. 이러한 작사 방식이 그의 강점이라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앨범이었고, 이번 앨범에서도 그만의 방식을 고스란히 담아내었다. 개미친구는 굉장히 꾸준한 뮤지션이다. 정식적으로 발매되는 음원도 상당하지만, 사운드클라우드에 업로드되는 곡만 해도 굉장히 많다. 그렇게 많은 곡을 발매한 만큼, 정규라고 칭할만한 앨범도 3~4장은 거뜬히 된다. 하지만 그는 이번 앨범에 들어서야 비로소 1집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 더보기
앨범리뷰)킹치메인-Ω (오메가) 내가 킹치메인의 이름을 처음 접했던 것은, 그의 사운드클라우드에 있는 ‘OQPATION3’라는 믹스테잎을 통해서였다. 故 김현식을 오마쥬 한 앨범 커버와 곡의 제목들로 과거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믹스테잎은 나에게 커다란 충격이었고, 또 작년에는 20분 정도의 단편 영화로 이루어진 ‘동수 더 무비’라는 뮤직비디오는 그의 이름을 다시 한번 뇌리에 각인시켰다. 얼마 전에는 ‘시대정신’이라는 믹스테잎을 통해 여러 래퍼를 오마쥬하며, 힙합에 대한 그의 애정을 부족함 없이 표현하기도 하였다. 아마 대부분이 그를 접하게 된 계기는, 별로 좋지 않은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가장 주목받아야 했을 시기에, 과거의 잘못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안 좋은 쪽으로 주목을 받게 되었으니 말이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과문을 올린 뒤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