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킹치메인-Ω (오메가)

앨범 리뷰

앨범리뷰)킹치메인-Ω (오메가)

 

내가 킹치메인의 이름을 처음 접했던 것은, 그의 사운드클라우드에 있는 ‘OQPATION3’라는 믹스테잎을 통해서였다.  김현식을 오마쥬 한 앨범 커버와 곡의 제목들로 과거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믹스테잎은 나에게 커다란 충격이었고, 또 작년에는 20분 정도의 단편 영화로 이루어진 동수 더 무비라는 뮤직비디오는 그의 이름을 다시 한번 뇌리에 각인시켰다. 얼마 전에는 시대정신이라는 믹스테잎을 통해 여러 래퍼를 오마쥬하며, 힙합에 대한 그의 애정을 부족함 없이 표현하기도 하였다.

 

아마 대부분이 그를 접하게 된 계기는, 별로 좋지 않은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가장 주목받아야 했을 시기에, 과거의 잘못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안 좋은 쪽으로 주목을 받게 되었으니 말이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과문을 올린 뒤에, 제법 오랜 시간 동안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렇기에 이 젊은 재능이 이대로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었다. 피해자만큼은 아닐지라도 가해자인 킹치메인도 분명히 힘든 시간을 보낸 듯했고, 그 힘든 시간을 이겨내는 과정과 동시에 사죄하는 마음 또한 이번 앨범을 통해 녹여냈다.

 

오메가(Ω)는 끝을 의미한다. 그리고 시작을 뜻하는 단어인 알파(α)라는 트랙으로 이번 앨범은 시작한다. 삶과 죽음,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 그 모든 것에 대해 고뇌하면서도, 더 큰 꿈을 위해 다가가겠다는 포부를 들어낸 트랙에 뒤이어, 중간을 뜻하는 단어인 메조라는 트랙이 이어진다. 굉장히 급진적이라고 느껴지지만, 뒤이어질 트랙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이 되는 전개 방식이기도 하다. ‘ 자유로를 통해, 쇼미더머니를 통해 이뤄낸 성공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끝난다면 행복한 이야기이겠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이야기는 다르게 흘러간다. 그 와중에 바다 같은 소문들 사이를 다 헤쳐놔’, ‘돌아갈 필요가 없어진 날들과 같은 가사들은 뒤에 이어질 이야기들의 복선처럼 다가온다. 이는 굉장히 세밀한 장치이다.

 

이 앨범은 많은 부분에서 씨잼(C Jamm) 을 연상시킨다. 과도한 오토튠 위에 소리를 겹겹이 쌓아 올렸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지난날의 후회와 반성을 담았다는 점에서도 굉장히 유사하다. 특히 소문은 훅 부분에서부터 여러 소리를 쌓아 올려서 가사를 알아듣기 힘들게 만들었는데, 여기저기서 떠들어대는 소문이 빠르게 퍼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하고, 킹치메인 본인의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표현한 것 같기도 했다. 이어지는 트랙들에서는, 가해자도 충분히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그래도는 본인에 대해 떠드는 타인의 시선을 노래하는데,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가겠지라는 위로가 굉장히 무책임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서 모든 것을 다 접고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결국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이라는 트랙을 통해서 보여줬다. 특히 비트가 바뀌는 부분에서 마치 시계가 째깍거리는듯한 사운드는 그가 느꼈던 고통의 시간이 결코 짧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부분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마지막 트랙인 오메가에 닿아서는, 끝이 곧 시작인 나무처럼 끝을 봤기에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잘 표현해낸 곡이라 생각된다. 처음과 중간, 변화하는 과정과 혼란, 그리고 끝이자 새로운 시작을 담아낸 서사의 마지막. 그의 다음 작을 기대하게끔 만드는 훌륭한 마무리였다.

 

요즘 리뷰마다 언급하는 것 같지만, 올해는 유독 개인의 서사를 녹여낸 작품이 많다. 각자 살아온 이야기는 가지각색이고, 그것을 풀어내는 방법도 굉장히 다양하다. 하지만 풀어내기 어려운 이야기라는 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기를 꺼리는 것이 인간의, 아니 동물의 본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절대로 숨길 수 없는, 숨겨서는 안 될 치부라는 것을 킹치메인 스스로도 인지한 듯했다. 무엇보다도 진심이 느껴져서 좋은 앨범이었고, 그 진심이 부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5점 만점에 4.0.

 

https://youtu.be/fkSdAixpDA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