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Reddy-500000

앨범 리뷰

앨범리뷰)Reddy-500000

 

유명세를 얻은 래퍼가 본인의 치부를 드러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쇼미더머니5를 통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었고, 고간지(고등학생간지대회)에도 심사위원으로 출현하면서 수많은 청소년에게 동경의 대상으로 자리잡은 레디(Reddy)이기에, 더욱 상상되지 않았다. 화려해 보이는 랩스타의 이미지와는 달리, 옷 가게에서 일하며 작업을 병행하던 시기도, 방송 출연 이후임에도 50만원이라는 낮은 정산금을 받고 가족의 생계를 고민하던 시기도 있었다. 그 외에도 본인이 입 밖으로 직접 꺼내기 전까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을 이야기들을 불편하지 않게 풀어낸 앨범이다.

 

래퍼 본인의 서사를 풀어낸 앨범이라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트랙이 전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앨범은 굉장히 특이하게 흘러간다. 앨범과 동명의 트랙이기도 한 ‘500000’, 현재의 시점을 노래한 (랩게임 토크 인터뷰에 따르면 그러하다. 사실 처음 듣고는 과거의 시점인 줄 알았다.) 이 트랙은, 앨범 제목과 동일하지만 스포는 아니라는 언급과 함께 예전으로 같이 돌아가 보자고라는 마무리를 선보인다.

 

이어지는 ‘Buried Alive’는 과거 본인이 일하던 가게 휴먼트리(Humantree)에서 판매하던 동명의 의류 브랜드와, ‘산송장이라는 사전적 의미 모두를 뜻한다. 이어지는 ‘Humantree (Skit)’, ‘Hmmm’, ‘두 배로 (Do Better)’까지는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 과거 자신과 비슷하게 부산의 옷 가게에서 일하던 스웨이디(Sway D)와의 전화통화, 휴먼트리에서 일을 하며 느끼는 감정, 두 개의 삶을 사는 처지이기에 두 배 더 노력해야 한다는 강박.

 

그리고 이어지는 Interlude ‘I Was a Boom Bap Kid’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모습 때문에 앨범의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지만, 패션과 힙합 모두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본인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트랙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수면 위 (The Surface)’, ‘치트키 (Cheat Code)’로 넘어오면서 시점이 다시 이동하는데, 불편할 수 있는 얘기였지만 앨범의 흐름상 절대 빠질 수 없는 트랙들이었다. 수많은 억측을 낳았던 코홀트 탈퇴에 대한 이야기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지만, 본인이 욕했던 쇼미더머니에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앞선 트랙들의 서사를 동원해서까지 청자들에게 납득을 시켰다는 생각이 든다. 두 개의 삶을 살면서 산송장 같은 기분까지 느꼈던 레디에게 쇼미더머니는 본인의 표현처럼 양날의 검이었을 것이다. 한쪽 날은 ‘Baby Driver’에서 다소 과격하게 표현할 정도로 달콤한 성공이었지만, 다른 한쪽은 첫 트랙 ‘500000’, 그리고 ‘Buried Alive’에서 표현했듯 그 성공이 그리 길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코홀트 관련해서 리뷰에 짧게 적는 이유는, 여기서 더 길어져 봐야 이 앨범을 이해하는 것에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특히나 하이라이트와 코홀트의 현재 관계는 이 앨범 서사에 1도 연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시 현재의 시점으로 돌아온 ‘No Worries’ ‘Fade Out’을 이야기하기 전에, 앞선 트랙인 ‘Baby Driver’를 다시 이야기하겠다. ‘Baby Driver’는 도입부에서부터 야 됐어. X!’라는 표현과 함께 과격하게 시작하여, 굉장히 자극적으로 트랙을 풀어낸다. 앨범 전체를 감상하지 않고 이 트랙만을 들었을 이들에게는 레디의 모습이 건방져 보일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앞선 서사들, 아니 적어도 이어지는 ‘No Worries’를 들으면 앞선 트랙에서 왜 그렇게 자극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걱정 없이 살고 싶다는, 그리고 잊혀지기 싫다는 마음은 휴먼트리에서 일하던 과거에도, 반짝인기를 얻은 이후에 50만원이라는 낮은 정산금을 받은 이후에도 똑 같은 마음이었을 테니 말이다.

 

다소 뒤죽박죽 섞여있는 듯한 서사이지만, 오히려 이렇게 풀어냈기에 더욱 와 닿는 이야기였다. 앨범을 자세히 듣지 않는다면 이러한 점이 피곤하게 다가올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적인 연출을 청각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굉장한 전율이 느껴졌다. 올해 유독 개인의 서사를 다룬 앨범도 많았지만, 그것들과는 다른 전개방식을 보여주며 차별성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플러스 요인이 되어주기도 하고 말이다. 치부로 여겨질 수 있는 부분들까지 모두 드러내며, 인간 김홍우를 내비친 이번 앨범은 앞으로도 레디의 커리어를 논할 때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앨범일 것이다.

 

5점 만점에 4.0.

https://youtu.be/NFAnBu_-Y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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