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Lil 9ap-Babyboy

앨범 리뷰

앨범리뷰)Lil 9ap-Babyboy

 Lil 9ap(릴구압)은 작년 말에 동명의 앨범을 낸 것을 시작으로, Airplaneboy(에어플레인보이)에서 이름을 바꾸고 활동 중이다. 이름을 바꾼 이후에도 1장의 정규와 여러 싱글을 발매했지만, 이번 앨범에 와서야 비로소 새로운 시작이라고 소개를 하고 있다.

 

에어플레인보이 시절부터도 그는 프리스타일로 뱉어가며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렇다 보니 앨범의 개연성 면에서는 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이전 작들보다는 비교적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있다. 앨범 전체적으로 가난했던 과거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표현함과 동시에, 그 과거 또한 자신의 일부분임을 인정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앞서 말한 작업방식 탓인지, 이번 앨범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없지는 않았다. 첫 트랙 ‘Narita2’는 이 앨범 전체의 주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하지만, 나리타라는 공간이 릴구압에게 특별한 장소이기에 그곳을 회상한 것이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그렇다고 한다면 가사에 약간의 부연설명을 넣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페이드아웃 되면서 다음 트랙인 ‘9AP’과 연결되는 전개는 좀 뜬금없다고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이 이후 트랙들은 주제 선정이나 트랙 간의 연결이 굉장히 유기적으로 흘러간다.

 

타이틀이기도 한 ‘Jeongok freestyle’에서 말하는 전곡과 연천은 그가 자라온 동네이다, 훅에서는 가난에서 도망가자라고 외치고 있지만,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이 본인의 출신지에서 벗어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뮤직비디오 또한 연천과 전곡 일대에서 촬영했으며, 동네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는 모습을 담고 있다. 바로 이어지는 ‘Pull Up’에서도 내 시작은 내 출발은 어두운 지하라고 얘기하고 있다.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함과 동시에, 자신의 시작점이 어디였는지를 잊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굉장히 멋있게 느껴진다.

 

마지막 트랙 ‘Stainless’의 가사는 굉장히 심오한데, ‘돈 얘길 하지만 너보다 중요한 게 돈일까라는 가사를 통해서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여기서 말하는 가 어떠한 여성인지, 아니면 어떠한 순간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여러 트랙에 걸쳐, 심지어 이 곡에서도 나는 안 해 Run back’이라고 말할 정도로 부를 원하고 있음에도 그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이 굉장히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정말 내 가산 개소리인가라는 구절은 앨범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묵직한 메시지라고 느껴지는데, 즉흥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와중에도 생각 없이 담아낸 구절은 없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앨범 소개문에 적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문구가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이전 작들보다 발전된 모습을 담고 있다. 청각적 쾌감을 주는 래핑에 특화된 래퍼라고만 생각했지, 이렇게 개인의 서사와 성공하겠다는 메시지를 적절히 녹여낸 앨범을 만들어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다. 물론 돈이라는 주제가 너무나도 흔하긴 하지만, 흔한 주제여도 풀어내는 방식에 따라서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었다.

 

5점 만점에 3.5.

https://youtu.be/zt4heSNBQf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