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개미친구-개미친구일집legacy(유산)

앨범 리뷰

앨범리뷰)개미친구-개미친구일집legacy(유산)

개미친구를 처음 접한 것은, 작년에 발매한 개미굴이라는 EP앨범을 통해서였다. 듣자마자 자신의 우울한 감정을 필터링 없이 모두 꺼내어 놓는듯한 독특한 작사 방식에 매료되었고, 그렇게 그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 듣게 되었다. 그러던 중 들은 배설이라는 앨범은 문자 그대로 감정의 배설, 그 자체였다. 이러한 작사 방식이 그의 강점이라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앨범이었고, 이번 앨범에서도 그만의 방식을 고스란히 담아내었다.

 

개미친구는 굉장히 꾸준한 뮤지션이다. 정식적으로 발매되는 음원도 상당하지만, 사운드클라우드에 업로드되는 곡만 해도 굉장히 많다. 그렇게 많은 곡을 발매한 만큼, 정규라고 칭할만한 앨범도 3~4장은 거뜬히 된다. 하지만 그는 이번 앨범에 들어서야 비로소 1집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앨범 소개에서 얘기하는 어디서부터 다른지 모르는 그 지점이라는 표현이, 그의 곡들을 들어보지 못했다면 크게 와 닿지는 않을 것이다. 그 표현을 바꿔 말해서 열등감이라고 표현하는 편이 더 나을지 모른다. 첫 트랙 우울에서는 여자친구를 통해서 들은 자신과 다른 학창 시절에 우울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고, 이어지는 스물다섯’, 그리고 모기에서는 쌓여버린 세탁물이나 모기와 같은 하찮은 것들에게 동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어지는 트랙들에서는 타인의 우울을 전해 듣기도, 자신의 고통을 달에게 푸념하기도 하며 흘러간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트랙은 여섯째 트랙인 안아이다. 우울을 떨쳐내는데 필요한 것은 값비싼 무언가가 아닌, 그저 안아줄 수 있는 누군가라는 것. 바로 이어지는 연결이 되지 않아…’, ‘숙취야를 들어보면, 그렇게 자신을 안아주는 것이 꼭 사람만은 아닌 듯하다. 때로는 음악을 듣는 것이, 때로는 술을 먹는 것이 큰 위로가 된다. 마지막 트랙 인생 이 정도 나이면…’에서는 자신이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며, 인생을 번복하고 싶다고 고백하기도 하지만 이 감정도 순간적일 뿐, 진실이 아닐 수 있다고 여겨진다.

 

랩을 뱉는 방식, 그리고 주로 사용하는 비트의 종류들은 솔직히 말하자면 요즘의 유행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것들이 다른 래퍼들과는 다른 차별성을 갖게 해준다. 뿐만 아니라, 남들은 감추기 바쁜 우울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으며, 그 과정에서 주변에 흔히 널려있는 소재들에 이입하는 작사 방식은 거의 시에 가깝지 않나 싶다. 이렇게 개성이 뚜렷한 뮤지션이 주목받아야 함은 굉장히 당연한 것이다. 앨범의 첫 트랙 우울에서도 얘기하듯 결국 그도 행복을 원하고 있고, 네 번째 트랙 뭐해. 우는중..ㅜㅜ 에서 얘기하듯, 그 역시 리스너가 필요하다. 모든 인디 뮤지션들이 그렇겠지만, 어쩌면 리스너들의 관심이야말로 그를 행복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구보다도 우울을 잘 표현하는 뮤지션이지만, 행복을 노래하는 개미친구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날을 기대해본다.

 

5점 만점에 3.5.

https://youtu.be/1vTezjJXa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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