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gel's blog

앨범리뷰)BILL STAX-Detox BILL STAX(빌스택스)의 음악은 저항적인 면모를 자주 보여왔다. 과거 Vasco(바스코)라는 이름을 쓰던 시절에 발매한 음악들에서도 그러했지만, 대마초 합법화를 주장하며 앨범의 주제마저도 대마초를 활용한 이번 앨범은 그의 음악 커리어에 있어서 가장 저항적인 앨범이 아닐까 싶다. 테이프 형식으로 발매하여 A면과 B면의 주제를 다르게 하였고, 각각 대마초의 두 품종인 Sativa(사티바)와 Indica(인디카)로 구분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앨범의 포장도 비닐백 안에 함으로서, 마치 밀매한 마약을 연상케 하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며 청자들에게 앨범의 주제를 각인시키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나의 주제로 앨범을 이어가는 것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A면의 ‘WASABI’, ‘.. 더보기
앨범리뷰)Queen WA$ABII-Spice It Up! 퀸와사비(Queen WA$ABII)는 여러모로 논란의 여지가 많은 인물이다. 디제이로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사실 외형적인 부분으로 주목을 받았고, 사이먼 도미닉(Simon Dominic)을 비롯한 여러 인물의 언급으로 인지도를 얻었다고는 하지만 랩으로는 그간 보여준 것이 거의 없었으니 말이다. 퀸와사비가 랩하우스 온에어에서 보여줬던 라이브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봐도, 부정적 여론과 긍정적 여론이 혼재되어 있으니 말이다. 래퍼로서의 첫 앨범. 그것은 정말로 중요하다. 여러 평론, 여러 래퍼의 인터뷰, 그리고 커뮤니티 유저들의 반응들이 그것을 증명해온 사례는 이미 수없이 많다. 그렇기에 방송이나 싱글로 주목을 받은 래퍼들의 첫 앨범 발매 시기가 늦어지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퀸와사비의 이번 앨범은, .. 더보기
앨범리뷰)하회와 모아이-흥과 뽕 : 뽕 Part 이전에 연말 결산 글에서도 언급했듯, 하회와 모아이는 생각보다 연차가 오래된 인물들이다. 하회는 과거 래피딜(Rapideal), 모아이는 로우키(Lowkey)라는 이름을 사용했었다. 이름까지 바꿔가며 절치부심한 앨범, ‘Silly’에서 트로트와 힙합을 섞은 독특한 음악을 선보였고, 기존 트랩의 작법을 비꼬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이번 ‘흥과 뽕’은 본인들의 색을 더 심도 있게 구축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나 이번 ‘뽕 Part’는 ‘뽕’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흔히들 ‘뽕끼’라고 말하는 느낌을 담고 있다. 아마도 ‘흥 Part’에는 조금 더 힙합에 가까운 곡들이 많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해본다. (개인적으로는 타쿠와 단콘에서 들었던 ‘똥싼바지’라는 트랙이 수록되기를 희망하는 중이다.. 더보기
앨범리뷰)수퍼비-Rap Legend 2 Superbee(수퍼비)라는 이름을 모르는 국내 힙합 팬은 없지 않을까 싶다. 1달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정규 두 장을 발매하는 행보도 충격적이었고, 쇼미더머니나 여러 방송으로 얼굴을 알리기도 했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레이블 운영도 착실히 해나가고 있는바. 정말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릴 것이다. 정규 1집의 타이틀이기도 했던 Rap Legend. 스스로를 전설이라고 칭하는 패기. 그의 랩 실력을 부정하는 이는 없겠지만, 랩만 잘한다는 비난도 어느 정도는 있어왔다. 그렇지만 이번 3집, Rap Legend 2는 그런 비난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 예상된다. 이번 앨범은 첫 트랙 ‘RL2 !NTRO’부터 메시지가 확실했다. 돈 자랑뿐인 가사라며 폄하를 당할지라도,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겠.. 더보기
앨범리뷰)일개미-동네한바퀴 일개미는 낙타(Naktageem)와 날개로 이루어진 듀오이다. Naktageem은 개미친구의 곡들에서 피쳐링으로 접해본 것이 다였고, 작년에 쓴 연말결산 글에 개미친구를 언급한 것이 계기가 되어서 DM을 몇 번 주고받았었다. 사실 이 리뷰를 쓰게 된 계기도 그러한데, 피드백을 받고 싶다며 발매도 전에 메일로 음원 파일을 보내왔다. Naktageem 본인의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서 작업물도 꾸준히 올렸고, 일개미라는 이름으로 믹스테잎과 싱글을 발매하기도 하였지만 커뮤니티에 언급 한 번 되지 못했다. 그리고 솔직히 나도 직접 DM을 주시기 전에는 작업물의 존재 여부도 몰랐었고, 이 리뷰 또한 이들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는 상태에서 작성되었다. ‘발음’에서는 본인들의 처음, 지금까지도 친구끼리 서로 함께하는 .. 더보기
앨범리뷰)Billie Eilish-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 Billie eilish(빌리 아일리시)는 2001년 출생의 매우 젊은 음악가로, 2016년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 공개한 ‘Ocean Eyes’라는 곡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특유의 패션과 기괴한 뮤직비디오가 입소문을 타면서 Z세대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그 후 여러 싱글과 EP를 발매하며 활동을 이어갔고, 마침내 2019년 3월에는 정규 1집을 발매하기에 이른다. 빌리 아일리시는 신체이형장애(외모상 약간의 결점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는 정신질환)와 투렛 증후군을 앓고 있다. 특유의 화려하고 펑퍼짐한 의상, 긴 머리칼로 최대한 자신의 외형을 드러내지 않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다. 겉모습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우울한 감정을 자주 드러내기도 하는데, 이번 앨범은 이별을 주제로 한 탓인지 더욱 우울하게 느껴졌다.. 더보기
앨범리뷰)김현철-김현철 Vol.1 31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수와 프로듀서로서 수많은 명곡을 쏟아낸 천재 뮤지션. 80년대 후반, 어느 공연장에서 전설의 포크 듀오 ‘어떤날’의 공연을 보고 반한 청년은, 어떤날의 베이시스트인 조동익을 끈덕지게 조른 결과 가요계에 데뷔할 수 있었다. 최근 갑작스럽게 돌아온 시티팝의 열풍 덕분에 요즘 세대들에게는 ‘한국 시티팝의 선구자’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것이 그의 전부는 아니다. 그의 1집은 화성 위주의 퓨전 재즈 음악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당시에도 재즈 음악을 선보였던 이들이 여럿 있었지만, 신시사이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화성을 만들어낸 그의 작법은 조금 더 세밀했다. 조동익과 함춘호 등 내로라하는 세션들이 참여했다는 것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요즘에야 프로그램 속 가상 악기로 음악을 만들지만.. 더보기
앨범리뷰)JJK-지옥의 아침은 천사가 깨운다 JJK(제이제이케이)는 한국의 즉흥 랩 문화를 견인한 인물이다. 20대 초반에는 수많은 랩배틀에 참여해 상금을 휩쓸기도 했었고, 후에는 SRS(Street Rap Sh!t) 이라는 랩배틀을 직접 주최하며 전국을 돌기도 하였다. 하지만 현재의 JJK는 래퍼이기 이전에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남편이고, 이번 앨범은 그 쪽에 더욱 초점을 맞춘 앨범이다. 사실 지난 4집, ‘고결한 충돌’ 또한 결혼과 아이의 탄생이라는 주제로 풀어나가며 MC로써의 자아와 가장으로써의 자아의 충돌을 담은 앨범이었기에 이번 앨범이 4집의 정신적 후속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JJK 본인도 이러한 연결이 의도한 것은 아니라는 듯, 인터뷰에서 너스레를 떨면서도 자신이 생각해도 연결이 되는 것 같았다고 인정하기도 하였다. 언제나 그 순간들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