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JJK-지옥의 아침은 천사가 깨운다

앨범 리뷰

앨범리뷰)JJK-지옥의 아침은 천사가 깨운다

 

 

 

JJK(제이제이케이)는 한국의 즉흥 랩 문화를 견인한 인물이다. 20대 초반에는 수많은 랩배틀에 참여해 상금을 휩쓸기도 했었고, 후에는 SRS(Street Rap Sh!t) 이라는 랩배틀을 직접 주최하며 전국을 돌기도 하였다. 하지만 현재의 JJK는 래퍼이기 이전에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남편이고, 이번 앨범은 그 쪽에 더욱 초점을 맞춘 앨범이다.

 

사실 지난 4집, ‘고결한 충돌’ 또한 결혼과 아이의 탄생이라는 주제로 풀어나가며 MC로써의 자아와 가장으로써의 자아의 충돌을 담은 앨범이었기에 이번 앨범이 4집의 정신적 후속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JJK 본인도 이러한 연결이 의도한 것은 아니라는 듯, 인터뷰에서 너스레를 떨면서도 자신이 생각해도 연결이 되는 것 같았다고 인정하기도 하였다. 언제나 그 순간들을 충실하게 녹여낸 작품을 만들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듯 했다.

 

이 앨범은 흐름에 집중한 듯 했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그려나가기 위해서 장치 하나하나를 신경 썼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핸드폰으로 녹음된 아이의 목소리를 곳곳에 삽입한 것도 눈 여겨 볼 대목이었고, ‘일루와’ 라는 트랙에서 정신 없이 뛰어다니는 아이를 관찰하는 듯 한 모습을 정신 없는 플로우로 표현한 부분은 래퍼이기에 가능한 접근 방식이었다. 아내의 시점을 표현하기 위하여 튠을 걸어 변조시킨 여성의 목소리를 낸 벌스들도 굉장히 특이했는데, ‘웃어!’ 라는 트랙에서 아이와 놀아준 후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대화를 나누는 듯한 연출은 너무나도 리얼했고, ‘낙하점’ 이라는 트랙에서 악몽에 시달리는 모습을 표현한 뒤 바로 이어지는 ‘어스름’ 이라는 트랙에서 표현된 아내의 목소리는 남편에 대한 걱정과 공감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담겨있는 듯 했다. 무엇보다도 Don Sign(돈 싸인)이라는 한 명의 프로듀서만을 둔 채 앨범을 작업한 것이 특이점이라 할 수 있다. 사실 1MC 1PD 형태의 작품은 흔하게 볼 수 있지만, 그간 JJK의 작품들에서는 보기 힘든 형태였다. 자신의 랩에 집중할 수 있는 비트들을 골라가며 작업했던 이전 작들에 비해서, 이번에는 프로듀서와 호흡하며 하나의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것에 집중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피쳐링 또한 굉장히 신경을 쓴 듯 했는데, 다른 피쳐링들 보다도 Snacky Chan(스내키 챈), Basick(베이식)이라는 애 아빠 래퍼들을 섭외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본인의 가정을 표현한 앨범이기에 본인 스스로 풀어나가는 것이 충분히 감동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본인과 비슷한 이들을 끌어드린 것이 오히려 남과 다르지 않음을 드러내는 하나의 장치이지 않았나 싶다. 최근 인터뷰에서는 장난스럽게 ‘유부힙합’ 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였지만, 한국 힙합씬이 점점 시간이 흘러가고 래퍼들이 나이를 먹어갈수록 이런 모습들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질 것이다. 앞으로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그리는 앨범들이 많아질수록, 이 앨범이 좋은 선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미국 힙합씬에서는 여러 행사나 뮤직비디오, 그리고 앨범에 자신의 자녀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선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 앨범의 상징성을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비록 이전 작들에 비해 화려하지는 않지만, 수필이나 자서전의 일부를 읽는 듯한 기분으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다.

5점 만점에 4.0.

 

https://youtu.be/fyxtci_fdU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