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Billie Eilish-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

앨범 리뷰

앨범리뷰)Billie Eilish-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

 

Billie eilish(빌리 아일리시) 2001년 출생의 매우 젊은 음악가로, 2016년 사운드 클라우드를 통해 공개한 ‘Ocean Eyes’라는 곡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특유의 패션과 기괴한 뮤직비디오가 입소문을 타면서 Z세대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그 후 여러 싱글과 EP를 발매하며 활동을 이어갔고, 마침내 2019 3월에는 정규 1집을 발매하기에 이른다.

 

빌리 아일리시는 신체이형장애(외모상 약간의 결점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는 정신질환)와 투렛 증후군을 앓고 있다. 특유의 화려하고 펑퍼짐한 의상, 긴 머리칼로 최대한 자신의 외형을 드러내지 않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다. 겉모습뿐 아니라 음악에서도 우울한 감정을 자주 드러내기도 하는데, 이번 앨범은 이별을 주제로 한 탓인지 더욱 우울하게 느껴졌다.

 

‘bad guy’ you should see me in a crown’에서는 냉소적인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화자를, ‘xanny’ ‘all the good girls go to hell’은 약에 의존하거나 혼란스러운 자아를 드러내고 있다. 그 뒤로 이어지는 트랙들에서는 애인과의 이별을 그리고 있으며, 심지어 후반부에는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메시지도 숨겨져 있다. ‘listen before I go’는 지붕 위로 올라가는 것으로 곡을 시작하고, 자신이 나아갈 방향은 오직 아래뿐이라 말한다. 마지막 트랙 ‘goodbye’에서는 앞선 트랙들의 가사를 나열하며, 추락하는 짧은 순간에 지난날을 회상하는 듯한 연출을 보여준다.

 

이러한 스토리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청자들을 몰입하게 할 여러 장치를 심어놨다. ‘bad guy’ 등 몇몇 곡은 드럼 변주와 라임 배열 등 힙합의 요소를 빌렸고, 각기 다른 지점에 있는 두 캐릭터를 만나게 하는 것이 목표인 ‘ilomilo’라는 게임에서 곡의 제목을 가져오기도 하였으며, ‘listen before I go’에서는 특정 단어를 드럼 소리로 강조하기도 하였다. 그 중의 백미는 ‘wish you were gay’에서 숫자를 나열하며 가사를 전개하는 부분인데, 숫자 8을 비슷한 단어로 대체한 것이 신경이 쓰인 것인지, ‘8’이란 곡을 앨범의 여덟 번째 트랙으로 배치하였다. 청자들에게 재미를 주는 동시에, 트랙 간의 연결에 신경 쓴 것이다.

 

이렇게 신경을 써서 만든 덕분에, 이 앨범은 62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본상 4개 부분을 전부 차지하였다. 특히나 레코드 상을 차지했다는 점이 굉장히 상징적일 수 있는데, 자신의 오빠, Finneas O’Connell(피니어스 오코넬)과 함께 홈 레코딩으로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하였듯 사운드 클라우드에 곡을 올리는 아마추어 시절을 겪어왔지만, 작업 방식은 여전히 그대로다. 이러한 모습만으로도 스타를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래미 어워드를 통해서 평단의 지지를 받기 이전에, 빌보드를 비롯한 각종 차트에서도 선전하며 대중들의 인기를 얻은 앨범이다. 다양한 장르 속에 우울한 이야기를 풀어냈기 때문에 일부는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여러 지표가 증명하듯이, 훌륭한 앨범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5점 만점에 4.5.

https://youtu.be/yaJx0Gj_L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