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김현철-김현철 Vol.1

앨범 리뷰

앨범리뷰)김현철-김현철 Vol.1

 

31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수와 프로듀서로서 수많은 명곡을 쏟아낸 천재 뮤지션. 80년대 후반, 어느 공연장에서 전설의 포크 듀오 어떤날의 공연을 보고 반한 청년은, 어떤날의 베이시스트인 조동익을 끈덕지게 조른 결과 가요계에 데뷔할 수 있었다. 최근 갑작스럽게 돌아온 시티팝의 열풍 덕분에 요즘 세대들에게는 한국 시티팝의 선구자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것이 그의 전부는 아니다.

 

그의 1집은 화성 위주의 퓨전 재즈 음악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당시에도 재즈 음악을 선보였던 이들이 여럿 있었지만, 신시사이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화성을 만들어낸 그의 작법은 조금 더 세밀했다. 조동익과 함춘호 등 내로라하는 세션들이 참여했다는 것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요즘에야 프로그램 속 가상 악기로 음악을 만들지만, 이때 까지만 해도 실제 연주를 그대로 녹음하던 시기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을 진두지휘하며 프로듀서의 역할까지 도맡은 인물이 바로 김현철, 본인이다. 한국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프로듀서를 자처한 인물이다.

 

이러한 프로듀싱과 연주가 특히나 빛을 발한 곡은 단연, ‘춘천 가는 기차라 할 수 있겠다. 담담하게 녹여낸 노랫말들, 여러 악기를 활용해 쌓아 올린 화성으로 인해 5분이 넘는 시간 동안 지루함이라고는 느낄 구석이 없었다. 특히나 후반부에 1분여간 선보여지는 허밍과 뒤이어 퍼커션 연주로 마무리 지은 구성이 매우 돋보인다.

 

그는 이 앨범에서 작사가로서도 훌륭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나 같은 환경적인 요소나 춘천 가는 기차’, ‘동네같은 특정 장소에서 느껴지는 그리움의 정서를 노래하고자 하였다. 특히나 오랜만에에서는나를 비웃는 가로등이라는 비유, ‘동네에서는 거리’, ‘사람들이라는 단어를 반복함으로써 그리움의 정서가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끔 하였다.

 

앨범 전체적으로 옛 인연들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였기에, 마지막 곡인 은 다소 뜬금없이 느껴진다. 앞서서도 여러 차례 언급한, 김현철을 음악계에 발 들이게 하였고 앨범에 세션으로까지 참여한 조동익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은 곡이다. 시간이 흘러 4집 즈음 되어서, 대중적인 면모를 보이며 방황하던 김현철에게 예전의 느낌을 찾아라.”하며 충고하였다고 알려졌을 만큼, 김현철의 1집은 서로에게 있어서 중요한 앨범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일까? 1집에 대한 명반이라는 평가는, 때로는 저주받은 걸작이라는 평가로 바뀌곤 했다. 이후에 일어난 표절 시비, 변해가는 음악 스타일에 대한 반감도 일부 작용하겠지만, 그만큼 1집이 좋은 앨범이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도 태연이나 George(죠지) 등의 후배 아티스트들에 의해 리메이크되며, 요즘 세대들에게까지도 회자가 되는 명반이니 한 번쯤 들어보기를 권한다.

 

5점 만점에 4.5.

https://youtu.be/a6xlZaKCN9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