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gel's blog

앨범리뷰)Lil 9ap-Babyboy Lil 9ap(릴구압)은 작년 말에 동명의 앨범을 낸 것을 시작으로, Airplaneboy(에어플레인보이)에서 이름을 바꾸고 활동 중이다. 이름을 바꾼 이후에도 1장의 정규와 여러 싱글을 발매했지만, 이번 앨범에 와서야 비로소 ‘새로운 시작’이라고 소개를 하고 있다. 에어플레인보이 시절부터도 그는 프리스타일로 뱉어가며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렇다 보니 앨범의 개연성 면에서는 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이전 작들보다는 비교적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있다. 앨범 전체적으로 가난했던 과거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표현함과 동시에, 그 과거 또한 자신의 일부분임을 인정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앞서 말한 작업방식 탓인지, 이번 앨범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느껴지.. 더보기
앨범리뷰)Swervy-Undercover Angel 이 앨범이 나오기 이전에 스월비(Swervy)와 수이(SUI)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언급하는 것은 그들의 팬인 입장에서 굉장히 실례일 수 있지만, 어쨌거나 일련의 사건들이 이 앨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은 부정할 수 없다. 하이라이트(HI-LITE) 합류 이후로 수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으나, 얼마 안 가 일어난 사건들로 인해 관심과 질타를 동시에 받게 된바.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에는 힘든 시간을 이겨냈고, 그 과정들을 녹여낸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첫 트랙 ‘Alibi’는 굉장히 추상적인 가사들로 채워졌지만, 이 앨범 전반에 걸친 감정선의 포괄과도 같은 앨범이었다. 후렴구는 묘하게 ‘Pumped up kicks’라는 곡이 연상되기도 했는데, 어쩌면 내면의 자아를.. 더보기
앨범리뷰)Reddy-500000 유명세를 얻은 래퍼가 본인의 치부를 드러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쇼미더머니5를 통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었고, 고간지(고등학생간지대회)에도 심사위원으로 출현하면서 수많은 청소년에게 동경의 대상으로 자리잡은 레디(Reddy)이기에, 더욱 상상되지 않았다. 화려해 보이는 랩스타의 이미지와는 달리, 옷 가게에서 일하며 작업을 병행하던 시기도, 방송 출연 이후임에도 50만원이라는 낮은 정산금을 받고 가족의 생계를 고민하던 시기도 있었다. 그 외에도 본인이 입 밖으로 직접 꺼내기 전까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을 이야기들을 불편하지 않게 풀어낸 앨범이다. 래퍼 본인의 서사를 풀어낸 앨범이라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트랙이 전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앨범은 굉장히 특이하게 흘러간다. 앨.. 더보기
앨범리뷰)쎈톡, CodeName-멈춤 쎈톡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개미친구의 ‘배설’이라는 앨범에서였고, ‘X까라해’라는 곡에서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던 인물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번에 쎈톡과 함께 작업한 Codename(코드네임)이라는 작곡가는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서 활동을 하는 작곡가로, 이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지만 ‘일렉기타 리프를 잘 활용하는 작곡가’ 정도로 설명을 하면 충분할 것 같다. 이전에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서 이분의 작업물을 몇 곡 들어본 기억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귀에 익은 비트들이 이 앨범에도 몇 곡 쓰인 탓에 이 작곡가의 사운드클라우드를 다시 한번 찾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멈춤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재충전의 시간을 위해서 잠시 멈춰있다거나, 혹은 남들 눈에는 백수 한량처럼 .. 더보기
앨범리뷰)무명천사SKY-없는사람 무명천사 SKY라는 아티스트를 접하게 된 계기는, 유튜브 ‘포크라노스’ 채널을 통해서였다. 포크라노스는 소규모 인디 뮤지션들이 주로 이용하는 음원 유통사로, 자체 사이트와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곳이다. 인디 뮤지션들을 디깅하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 앨범의 주제는 연인과의 이별을 그리고 있으며, 트랙이 흘러감에 있어서 마치 정말로 이별 후에 시간이 흘러가는 듯한 화자의 감정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첫 트랙 ‘벌레’의 도입부에는 진짜로 벌레 소리를 삽입하기도 하고, 소주 한잔 했음을 언급한 후에 기침 소리를 삽입하는 등의 리얼함을 살렸다. 이어지는 트랙 ‘너나 잘해’에서도 사운드적으로 신경을 쓴 부분은 도입부에선 드럼의 하이햇, 그리고 간단한 기타 연주만으로 이어지다가 ‘펑크 취.. 더보기
앨범리뷰)Coa White-MCIGN-283 코아 화이트(Coa White)라는 이름이 생소하더라도, 기리보이의 ‘vv2’나 키드밀리(Kid Milli)의 ‘Izakaya’라는 곡은 알고 있을 것이다. 혹은 그의 이름을 알고 있더라도, 독특한 시그니쳐 사운드를 가진 우주비행 크루 내의 비트메이커 정도로만 알고 있는 이들도 많으리라 생각된다. 알고 보면 한국 힙합씬에서코아 화이트만큼 독특한 커리어를 보유 중인 비트메이커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보기 드문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2018년부터 지금까지, 11장의 앨범을 발매하면서 보컬로이드라는 생소한(적어도 저의 기준에서는 생소했습니다.) 서브컬쳐와 힙합을 접목하는 시도를 보여왔다. 그동안의 앨범이 나름의 캐릭터를 구축해오는 과정 속에 있었다면, 이번 앨범은 그 실험의 결정체라 칭할 수.. 더보기
앨범리뷰)하회와 모아이-흥과 뽕 : 흥 Part 다른 성향의 곡들을 파트를 나눠가며 발매하는 경우는 그간 종종 있었다. 지코(Zico)의 ‘THINKING’, 빌스택스(Bill Stax)의 ‘DETOX’ 등등. 이런 앨범들이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 중 하나는, 서로 다른 분위기의 음악 속에서도 본인의 색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회와 모아이라는 팀을 지켜보면서, 그간 발표해온 곡들의 색이 대부분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준 ‘뽕기’야 말로 그들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색깔이지만, 그래도 힙합을 하는 팀이기에 조금 더 랩으로 어필하면서 본인들의 캐릭터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앨범을 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 작품에서, 그러한 갈증을 충분히 해소해주었다. 트랩의 작법을 그대로 가져오되, 본인들 특유의 한.. 더보기
앨범리뷰)Deepflow-FOUNDER Deepflow(딥플로우)는 이번 앨범,Founder(파운더)에 대해 인터뷰를 통해서 지극히 개인적인 앨범이었다는 발언을 하였다. 사실 지난 3집, ‘양화’도 딥플로우 개인의 서사를 담은 이야기이지만 누군가의 공감을 유도하는 장치들을 담았지만, 이번 앨범은 VMC 멤버들만 들으면 된다는 생각까지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이렇듯, 개인의 서사를 녹여내는 것에 몰두한 앨범임에도 많은 리스너의 사랑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 트랙, ‘Panorama’에서는 본인이 힙합에 빠져들게 되면서부터 ‘양화’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빠르게 훑고 지나간다. 그 과정에서 여러 이름과 여러 곡을 언급하였다. 특히나 조PD의 ‘Break Free’나 가리온의 ‘Underground’는 직접적인 언급이 아니었기에, 신경을 쓰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