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Verbal Jint-변곡점

앨범 리뷰

앨범리뷰)Verbal Jint-변곡점

 

한국 힙합의 역사를 논할 때, Verbal Jint(버벌진트)라는 이름을 빼놓고 얘기할 수는 없다. 한국말 라임의 개척자이자,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한 래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어쩔 수 없이 그 역시 내려가는 순간을 겪기도 하였다.

 

이 앨범의 제목이기도 한 변곡점, 곡선의 상승과 하락이 변화하는 지점을 일컫는다. 한 명의 뮤지션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크고 작은 변화는 당연하다. 이 앨범은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과정, 그리고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된 버벌진트의 모습을 보여준다.

 

앨범의 초반부 트랙들에서는, 현재 도달해있는 지점이 어디쯤인지 설명하고 있다. 지난 정규 6 ‘Go Hard’의 마지막 트랙이었던 ‘Gone’에서 이어지는 ‘Gone for a Minute’을 지나, ‘Hey VJ’, ‘걷는 중에서는 현재의 자신, 그리고 동시에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Open Letter’에서는 과거를 그리워하면서도, 지나온 지점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낮은 자세로 자신의 미숙함을 노래하는 나는 하수다에서 내가 그걸 모를까까지 이어지는 앨범의 중반부야말로 이 앨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4곡을 통해서 버벌진트는 지난날의 잘못은 반성하지만, '공인'이기 이전에 자신도 한 명의 보통 사람임을 얘기하고 있다. 나이를 먹으며 변해가는 과정을 노래한 아홉수, 보통 사람으로서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트랙이었다.

*사실 연예인을 공인이라 부르는 것은 엄밀히 말하자면 틀린 표현이다. ‘내가 공인?’이라고 물어보는 듯한 훅 또한 이 점을 꼬집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물론 아냐 라면’,’비정한 세상 피토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적지 않게 놀랐다. 예전의 버벌진트였다면 분명, ‘그 젊음의 에너지를 왜 남을 깎아내리는 것에 쓰는가?’라며 욕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젊음은 영원하지 않고,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아.’라며 마치 동네 형과 같이 조언을 해준다.

특히 비정한 세상 피토하는 음악은 굉장히 장난스럽게 들리지만, 가사를 들여다보면 제법 진지한 곡이다. 하지만 굉장히 실험적인 트랙이라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물론, 예전의 버벌진트라면 상상할 수 없었을 따듯한 면모를 보였다는 점에서 약간의 괴리감이 느껴졌다. 앨범의 전체적인 흐름으로 봐서는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 앨범은 계속해서 변화에 대해 노래한다. 특히, 후반부에서는 더욱 노골적으로 주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My G-Wagen’에서도 단순히 차가 바뀐 것에 대해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삶도 많이 변해왔음을 얘기한다. ‘불협화음에서는 오락가락하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그리고 곡의 주제를 더욱 살리기 위해서 가사를 알아듣기 힘들게 만들었다. 흐름상으로도 후반부에 배치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자칫 지루해질 수 있을 시점에 사운드의 변화를 준 트랙을 배치한 것도 굉장히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앨범의 마무리인 변곡점 Outro’에서는, 5집의 ‘Go Easy’에서 이어진다. 그리고 replay를 추천하며 마무리된다. 다시 한번 스스로의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앞서 변화에 관해 이야기한 후반부 트랙들을 듣고서 초반부, 중반부를 다시 들어보기를 당부하는 듯했다.

 

앨범의 설명에도 적혀있듯이, 앨범명으로 다양한 후보들이 거론되었으니 결국에는 변곡점이라는 이름으로 결정되었다. 지난 정규 앨범들의 커버를 바라보는 버벌진트의 모습을 담은 앨범 커버에서도 알 수 있듯, 지난날의 변화를 스스로 되짚어보고자 했을 것이다. 또한 자신의 지난 과정들을, 이 앨범을 듣는 이들 또한 같이 바라보고 있었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변화 속에서도 함께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분명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웃트로에서도 언급되었듯, 이 앨범은 TV에 나오기 힘들지도 모른다. 대중성을 신경 쓰기 보다는 자신을 위한, 그리고 진정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들을 위한 앨범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이 앨범이 흔히들 말하는 명반은 아닐지라도, 누군가는 이 앨범을 최고의 앨범이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https://youtu.be/35nOTibr4v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