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권기백-보라타운 MIXTAPE

앨범 리뷰

앨범리뷰)권기백-보라타운 MIXTAPE

안양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THE MORE MONEY 크루의 리더이자, B-Free(비프리) ‘Free the beast’앨범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권기백의 첫오피셜앨범이다. 이전 작들과 마찬가지로 믹스테잎으로 발매되었지만, 그의 이름을 통해 음원사이트에 유통된 첫 앨범이니 오피셜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이전 활동에서부터보라색 반다나를 상징으로 내세우며, 안양이라는 지역의 특색을 부각하려는 노력은 이번 믹스테잎의 이름인보라타운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힙합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각 지역 갱단을 대표하는 패션이 있으며, 다른 갱단의 지역에 입장할 때 본인 지역 갱단의 상징을 보였다가는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부닥친다고 한다. 보통 옷이나 반다나의 색깔, 혹은 특정 야구팀의 모자를 상징으로 삼고는 한다. 그것을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것이 바로 권기백과 그의 크루의 작업물에 자주 언급되는보라색 반다나인 것이다.

 

그와 동시에보라타운은 포켓몬스터 게임 속에 등장하는 마을의 이름이기도 한데, 무서운 BGM 탓에 다양한 괴담을 만들어낸 마을이기도 하다. 그런 특색을 살려서 권기백은 앨범 프로모션용으로 게임을 배포하기도 하였으며, 실물 앨범 또한 게임이 연상되는 패키징이 돋보인다. 아직 2006년생인 중학생의 머리로 이러한 스토리텔링과 프로모션 방식을 택했다는 점이 굉장히 놀랍다.

 

2pac같이 전설로 죽어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첫 트랙투팍, 앨범의 시작부터 그가 어떠한 태도로 힙합에 임하는지를 보여주는 구절이다. 너무 흔한 라인이기에 진부하게 들릴 법도 한데, 강렬한 드럼과 특유의 목소리 톤, 그리고 야마가 가득한 라인들을 이어지는 트랙들에서도 계속 보여주기에 절대로 이 구절이 장난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이어지는해골바가지또한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알만한 동요를 활용하였지만, 훅 뒤에 이어지는 첫 벌스를송송 뚫린 구멍이라는 표현으로 시작하면서부터 비장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믹스테잎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연출에 신경을 쓴 모습이다.

 

이러한 연출의 백미는우리동네 아니면에서 ‘YEAH HOE’로 연결되는 부분에서 특히나 두드러지는데, CD로 돌린다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스트리밍으로 감상할 시에는 ‘YEAH HOE’라는 효과음이 중간에 끊어졌다 다시 연결되는 듯 들린다. 이 앨범의 제목을 게임에서 따왔음을 생각한다면, 마치 렉이 걸린듯한 효과를 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앨범의 중반부에 위치한내사랑 내곁에 (R.I.P KIM HYUN-SIK)’은 故김현식을 언급함과 동시에 힙합에 대한 본인의 태도를 이야기하는데, 후반부 트랙인모르는데 어떻게가요에서는봄 여름 가을 겨울 당신의 모습을 언급하며 다시 한번 故 김현식에 대한 존경을 내비친다.

*’봄 여름 가을 겨울/당신의 모습은 故 김현식의 1집 앨범의 이름이자, 동시에 수록곡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렇게 믹스테잎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의 연출을 해냈다는 점에서, 이 앨범이 진짜 16살이 만든 앨범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런 생각에 잠겨있을 때, 마지막 트랙인보라타운에서는나이에 비해가 아니라 그냥 x돼는곡이라고 말한다. 이 구절을 듣는 순간, 뒤통수가 얼얼해지는 기분이었다. 이 곡뿐만이 아니라 이 앨범 전체가그냥 x돼는앨범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기 위해서, 앨범의 타이틀과 동일한 제목의 곡에 이러한 구절을 넣은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본다.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듯한 직설적인 가사, 과하게 뭉개진 강렬한 드럼 탓에 이 앨범은 호불호가 굉장히 갈릴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친절한 금자씨의 가사에서도 얘기하듯, ‘음악을 사랑하면 뭐라 하면 안 돼 가사 속의 모든 발언이라는 말이 정답이라 생각한다. 작품에서 악역을 맡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악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양아치로 대표되는안양이라는 지역의 특색을 보여주며 리얼과 픽션의 경계를 줄타기하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예술은 예술이다. 어린 나이에 힙합이라는 예술의 특색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이것이 단순믹스테잎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첫 정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하는 기대감이 더욱 커진다. 앞으로의 모습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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