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Don Mills-F.O.B.

앨범 리뷰

앨범리뷰)Don Mills-F.O.B.

Don Mills (던밀스)가 군생활을 하던 기간 동안에도, 그의 이름은 종종 커뮤니티에 회자되고는 했었다. 다른 트래퍼들과 비교되며 던밀스 만큼만 곡을 뽑아줬으면 하는 글이나 댓글들은 지금까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고, 유튜브를 활용하는 래퍼가 많아지면서 던밀스의 DDR’ 또한 재조명되기도 하였다. 한국 힙합씬 안에서 던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제법 크다는 것이다.

여러 매체를 통해 보여진 모습 때문에 개그 캐릭터로 인식이 되기도 하고, 그의 플로우나 작사 방식 또한 독특하기 때문에 빛을 발하지 못 했던 부분들이,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군대에 있던 기단 동안에 더욱 부각되었다. 그렇기에 그의 복귀를 기대하는 팬들도 많았다.

 

전역 직후에 ‘OKGO2’라는 싱글을 내며 다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나 싶었지만, 피쳐링 몇 곡과 궁금한 나라의 넉밀스등의 컨텐츠에 주력할 뿐, 앨범 단위의 작업물은 나오지 않았기에 아쉬움이 컸다. 마침내, 전역 후 약 9개월만에 그의 정규 2 ‘F.O.B’가 발매되었다.

 

이 앨범은 구성 면에서 굉장히 특이하다. 현재-과거-다시 현재 순으로 구분 지을 수 있는데, 1~3번 트랙에서는 제목에서부터 ’, ‘대박’, ‘MVP’라는 수식어로 자신을 치장한다. 한국 힙합씬에서 트랩은 주류로 정착했고, 그 안에서던밀스의 역할이 주요했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다만, 그 역시 처음부터 잘나갔던 것은 아니다. 쉽사리 자리 잡을 수 없었던 신인시절을 지나, 동료들에게 인정을 받고 자리를 잡아가던 때에도 인맥힙합이라며 욕을 먹었었다. 그렇기에 앨범의 타이틀이기도 한 ‘F.O.B.’라는 단어가 크게 와 닿는 것이다. 앨범 설명에도 적혀있듯이 Fresh of the boat라는 속어는 막 이주한 아시아계 이민자들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단지 던밀스 본인의 유학생활을 비유한 것에 그친 표현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 앨범의 또 다른 특이점은, 끊임 없이 자신의 포부를 밝힌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초반부 3개의 트랙은 제목에서부터 포부가 드러났으며, ‘George Brown College’에서는 촌놈 소리 듣기 싫어서 자신만의 옷 스타일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 결국은 정체성 확립으로 이어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특히 이 트랙은 두 번째 벌스의 마지막 4마디가 인상적이었는데, 단어의 구조를 약간씩 바꿔가며 플로우에도 변화를 준 것이 듣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그 외에도 다시 서울에서는 자유와 시간 등 그동안 자신이 빼앗긴 것들을 찾아가겠다는 포부를, ‘다이나믹 듀오에서는 알바로 보내는 시간을 아까워하며, 현실을 타파하고자 하는 몸부림을 보여준다.

 

특이하게도, 피쳐링 벌스들 마저던밀스의 삶과 연결된다. ‘대박인생  Uneducated Kid(언에듀케이티드 키드)의 가사인 우린 멋대로 될 대로 ㅈ 대로 꼴리는 대로 살아 그래도 어차피 결과는 대박’, ‘Fresh Off the Boat’  Los(로스)의 가사인 네가 Youtube에서 배우는 건 우리는 for real 살아왔지는 이 앨범 전체를 대변해주는 가사처럼 느껴지는데, 던밀스의 삶 속 일부에 자리잡은 인물들이기에 감정이 이입되어 나올 수 있었던 가사였으리라.

 

후반부 트랙들은 사랑을 통해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보이는데, 마지막 트랙 ‘Home Sweet Home’에서는 마침내 한 가정의 남편으로 정착을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의 삶 속 풍파들을 앞선 트랙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기에, 이러한 마무리가 더욱 극적으로 다가온다.

 

오랜 기다림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완성도 높은 앨범을 들고나왔다. 던밀스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이들도 이해가 가능할 정도로, 자신을 잘 설명한 앨범이었다. 그만큼 자신의 얘기를 가감 없이 털어낸 앨범이기도 하지만, 리스너들에게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서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이번 앨범을 통해, 멍청트랩의 선두주자를 넘어서 비로소 이야기꾼으로 또 한 단계 발전을 이뤄냈다.

 

https://youtu.be/Vhiejgpq9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