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뱃사공-기린

앨범 리뷰

앨범리뷰)뱃사공-기린

최근에는 음악보다도 수 많은 미디어를 통해 노출이 된 개그 캐릭터로 더욱 각인이 된 듯 하지만,그는 본디 자신을 잘 표현할 줄 아는 뛰어난 음악가이다.

돈에 크게 연연하지 않으며,빈티지 감성을 고수하는 그의 음악에 이미 수 많은 이들이 매료되지 않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그의 성공을 바라고 있지만,어쩌면 래퍼로써 성공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을 쇼미 심사위원 자리를 거부한 그였다.

아무리 미디어에 많이 노출이 되었지만,그는 그만의 곤조가 있었다.

이번에도 그러한 고집이 드러나는 음악으로 돌아왔다.

누가 뭐래도 여전한 래퍼,음악가 뱃사공으로 말이다.

 

첫 번째 트랙 먼저가.

어쩌면 무식한 고집일지도 모르지만,그는 여전히 서두르지 않는다.

문제가 많다는 것을 스스로도 인지하지만,답을 찾지 않는 그.

수 많은 팬들이 형도 이제 성공해야죠’,’형도 돈 좀 벌어야죠하고 DM을 보낼 법도 한데..

 DM들에 답장이라도 하는 듯 했다.

 

두 번째 트랙 기린.

본인이 바라본 기린은 평화로움의 끝이라고 생각했고,스스로를 그런 기린에 대입하며 만든 곡이다.

사실 알고 보면 기린은 굉장히 강한 동물이고,그런 점 까지 노린 것은 아니겠지만..

결과론적으로는 본인도 알고 보면 강하다는 비유적 표현이 되어버렸다.

딩고와 함께 한 앨범 스포 영상에서,테이크원에게 본인이 찢겼다고 자조적으로 얘기한다.

사실 이 곡에서 테이크원의 작사 수준이 한 차원은 더 높구나 하고 생각이 든게,마지막 벌스에서

난 괜찮아 원래 환상 속에 살아 기린이라는 구절이 있다.

기린의 중의적 의미를 이용한 라인인데,기린이란 이름이 원래 동양의 신화에 나오는 상상의 동물이기도 했다.

생김새는 대략 용과 사슴의 중간이고,묘사하기에 따라 요물과 성물을 왔다 갔다 하는 동물이긴 하지만..그건 중요치 않다.

뱃사공은 초식동물 특유의 나긋나긋한 이미지 차용에만 그쳤으나,거기에 하나의 의미를 더해주며 곡의 가치를 높여준 라인이었다.

환상 속에 사는 인물은 테이크원 자신이 될 수도 있고,속세에 찌들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고자 하는 뱃사공이 될 수도 있고,어쩌면 이 곡을 듣는 청자들일수도.

 

세 번째 트랙 너.

이 곡에서 지칭하는 너는 뱃사공 본인이지만,자신 스스로도 확신이 없던 시절을 회상하듯이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곡을 듣고 위로를 느낄 청자들을 지칭하는 것이기도 하다.

타인을 지칭하듯 자신을 바라보며,불안한 음정의 노래와 불안해 보이는 엇박자 랩을 구사한 트랙.

이 곡 속에서 그의 랩과 보컬처럼,불안해 보이고 흔들릴지언정 자신 안의 무언가를 믿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포부.

 

네 번째 트랙 탭댄스.

본인의 치부,그리고 만족.

그리고 조금이나마 성공한 모습.

그 모든 것들을 고스란히 내보이며,이걸 느낄 누군가와 함께 춤추기를 원하는 모습.

이걸 듣는 입장에서도 굉장히 힐링이 되지만,이 곡을 부르는 스스로가 힐링이 될 것 같은 트랙이었다.

피쳐링진들과의 조화도 굉장히 아름다웠고,믹싱 까지도 완벽하지 않았나 싶다.

 

이 곡을 듣고 약간 슬릭의 춤이라는 곡이 떠올랐다.

어색하고 불완전한 춤일지라도,그것을 보고 느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드러낸 곡.

뱃사공의 이 트랙을 들었을 때도,비슷한 감동을 받았다.

 

다섯 번째 트랙 잘자.

이 곡에서 지칭하는 가 누구일지에 대해 생각을 해봤는데,본인의 반려견 코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말 한 마디 없고,내 말을 아마 들을 수도 없겠지만 오히려 자신을 위로해주는 존재.

어떤 이유에서인지,이 곡에서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평온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 평온함 속에,듣는 내 마음까지 차분해질 정도.

 

여섯 번째 트랙 다와가.

좋은 노랜 언젠가는 알려지겠지라는 가사가 굉장히 씁쓸하게 들리는데,탕아가 상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보면 이게 얼마나 슬픈 가사인지 공감이 될 것이다.

그가 처음으로 섰던 17년도 힙플페 오프닝 무대.

그 무대 직전까지도 맥도날드에서 알바를 하다가 왔다는 썰을 여기저기에서 풀었던 그였다.

그렇게 힘들게 음악을 하며,이제서야 인정다운 인정을 받는 모습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그렇게 상을 받고 인정을 받았음에도,심지어 쇼미 심사위원 제의가 들어왔음에도..

그가 바라는 것은 결국 돈이 아님을 드러내는 앞선 곡들.

그런 모습이 고집이란 것을 본인 스스로도 인지하지만,그런 고집이 결국은 자기 자신이라는 것.

 

일곱 번째 트랙 막곡.

딩고와 함께 한 스포일러 영상에서,다음 앨범은 그릴즈 끼고 겁나 힙합할거라고 하던 그였지만..

이 곡의 가사에 비추어 짐작해봤을 때,그는 평생 지금 모습 그대로이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곡에서도 초심을 되돌아보고,Go back을 외치는 그.

누가 봐도 변한 것 없지만,스스로 변해가고 있다고 느끼며 괴로워하는 모습들.

마치 다이나믹듀오의 Go back과도 같은 맥락이다.

 

전체적으로 조율이 잘 된 앨범이었다.

마지막곡을 제외하고,여섯 트랙을 칠리라는 작곡가와 함께 해나갔다.

한 명의 프로듀서를 두고 훌륭하게 조율해가며 앨범의 태마를 맞춰나갔고,마지막 트랙을 함께 한 피제이와는 다음 앨범에서도 호흡을 맞출 예정임으로 다음 앨범에 대한 스포일러격 트랙을 넣은 듯 했다.

처음 접하는 작곡가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훌륭한 호흡을 보여줬고,겹겹이 쌓아 올린 소스들을 활용하는 능력 또한 발군이었다.

혹자는 전체적으로 비슷한 맥락의 곡들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오히려 하나의 방향으로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모습이 가장 뱃사공스러운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재미있었다.

1월도 절반 이상 지나간 시점에서,사실 이번 달에 나온 앨범 중 좋게 들은 것이 몇 개 없었는데..

이 앨범이 없었으면 1월달 자체에 굉장히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5점 만점에 4.0.

https://youtu.be/LZw1EwdA39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