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키츠요지-돈이 다가 아니란 새끼들은 전부 사기꾼이야

앨범 리뷰

앨범리뷰)키츠요지-돈이 다가 아니란 새끼들은 전부 사기꾼이야

차붐이 이끄는 레이블,레이백레코즈가 힘을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영입한 또 다른 신인.

수퍼비의 랩학원에도 지원하며 인지도를 높이고자 노력했으며,꾸준히 싱글과 사운드클라우드 업로드를 통해서 허슬을 보여준 바.결국 그 노력의 결실을 드디어 맺은 것이다.

찾아보니 과거 오디오게임으로 활동했다는 얘기도 있던데..저번에 영입한 가오가이도 그렇고..

완전히 잊혀진 줄 알았던 이름인데,오디오게임도 뭔가 씬에 맺힌 것이 많았나보다.

그 시절의 모습은 거의 다 지워지고,광기와 독기뿐인 괴물로 돌아온 모습이다.

필터링이 없는 날 것 그대로의 가사.차붐도 영입을 하면서 자신과 오버랩되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럼 리뷰를 시작해보겠다.

 

첫 번째 트랙 Play Station.

이 곡에서는 자신의 아픈 과거사를 말하며,결국 돈 아니면 아무것도 못 믿게 되어버린 변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혼한 아버지가 어느 날 사가지고 온 플레이스테이션.

솔직히 말하면 나도 비슷한 성장과정을 겪어왔기에,굉장히 공감이 된다.

유치원때 이혼한 엄마가 초등학교 입학식에서 레고를 사 들고 왔던 기억이 있는데..

그 때 나의 기분에 대입해서 상상해보건데,플스에 아버지를 대입하면서 플스만 봐도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겪는다면,누구라도 어떤 부분으로건 변화할 수 밖에 없다.

 

두 번째 트랙 암매장.

이 곡은 과거 수퍼비의 랩학원을 통해서 공개한 곡으로,그 때 당시 제법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것으로 기억한다.

첫 벌스만 본다면 그저 그런 트랩으로 들릴지도 모르지만,이 곡의 백미는 바로 두 번째 벌스이다.

이 벌스는 첫 곡보다도 더 노골적이고,악에 받쳐서 외치는 절규처럼 느껴졌다.

가식이라고는 1도 안 느껴지는,진심에서 우러러 나오는 탐욕.

 

세 번째 트랙 성공시대.

이 앨범 전반에 깔린 주제가 악,그리고 탐욕이라면..

이 곡은 직전 트랙들에 비교했을 때 유쾌하게 풀어낸 편이다.

모두가 알만한 서울사이버대학 광고를 샘플로 따온 것부터 해서, CM송에서 차용해온 듯한 훅까지.

가사에서도 곳곳에서 재치 있는 표현을 찾아 볼 수 있었다.

바늘 도둑 소 도둑 된다 소 팔아 삼일장에서라던가,돼지고기에서 이슬람교로 이어지는 라인이라던가 말이다.

그렇지만 날 것 그대로의 가사는 여전한데,어릴 적 경험한 도둑질의 기억을 되짚으며 어쩌면 자신의 탐욕은 그 때부터였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네 번째 트랙 Yohji Yamamoto.

패션충들이라면 모두가 알만한 브랜드지만,사실 이걸 모른다고 해서 이 곡을 감상하는데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

이 앨범의 기승전결을 생각했을 때,바로 직전 트랙부터 으로 넘어온 듯 했다.

이 곡도 유쾌한 표현들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훅에서 알 수 있듯 제목부터가 언어유희이다.

야마가 자신의 모토라는 표현.

사실 곡 자체는 진짜로 별 뜻이 없어서 놀랐다.

분위기 전환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이루어지다니..

 

다섯 번째 트랙 돈이 다가 아니란 새끼들은 전부 사기꾼이야.

이 곡을 듣고 솔직히 소름이 끼쳤다.

흔히들 돈 때문에 하는 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뮤지션들 조차도,돈 없이는 무언가 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돈이 다가 아니라던 래퍼들도 결국은 다 레슨으로 돈 벌고,돈이 다가 아니라고 강연하는 이들도 결국은 그걸로 돈 벌고 있다는 가사가 뇌리에 깊게 박히는 트랙.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고,진정 돈보다 가치 있는 것을 찾아서 예술 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이 가사는 분명 일부 가식 떠는 이들에게 날리는 직격탄이지 않았나 싶다.

 

여섯 번째 트랙 춤.

이 곡 자체는 별 다른 내용이 없고,돈을 밝히는 그저 그런 트랩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선 트랙들에서 보여준 아픔에 빗대어 봤을 때,춤이라는 표현 자체에서 어떠한 광기 비슷한 것이 느껴졌다.

돈이 많고 레슨을 받아도,돈 때문에 한이 서린 자신의 스텝은 절대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듯한 노랫말.

유머러스하게 풀어냈고 이전 트랙들보다 직설적이지는 않았지만,어떠한 슬픔이 느껴지는 트랙이었다.

 

일곱 번째 트랙 Moneda.

Moneda라는 단어 자체는 스페인어로 화폐를 의미하고,결국 이 곡도 돈에 관한 얘기이다.

이 곡도 두 번째 벌스가 백미인데,돈이 없어서 수술을 못 해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해 얘기를 할 때 느껴지는 감정은 말로 형언할 수가 없었다.

감정적으로 대했을 때는 수술을 안 해준 의사가 나쁜 것은 맞으나,그들도 결국 돈 받고 하는 직업이기에 뭐라고 할 수만은 없는 것.

다양한 경험들 속에서,결국 돈이 다라고 느낄 수 밖에 없는 그의 사고방식이 이제는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여덟 번째 트랙 부잣집 딸래미.

계속해서 풀어낸 그의 인생을 봤을 때,사랑의 기준까지도 돈이 되어버리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앞선 트랙들을 듣지 않은 상태에서 이 곡만 싱글로 들었다면,굉장히 재미있게 들었을 것 같다.

,곡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는 말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강렬한 다른 트랙들 때문인지,이 곡이 평범하다고 느껴졌다.

어쩌면 이전 트랙들에서 느껴온 감정선과는 약간의 결을 달리한 탓일지도 모르겠다.

트랙 배치가 왜 춤 뒤에 Moneda를 배치했는지 이해가 아주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순서를 약간 바꿔봤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적으로 저평가된 래퍼라고 생각하는 라콘의 참여에도 불구하고..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트랙배치.

 

아홉 번째 트랙 쌔스끼.

사실 이 트랙도 마찬가지로,굉장히 힘이 빠지게 느껴졌다.

앨범의 기승전결을 생각해서,마무리는 조금 차분하게 가고 싶어했던 듯 하다만..

앞선 트랙들이 너무나 날 것 그대로였기에,이런 마무리가 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계속해서 달리기만 했다면,오히려 그것이 더 지쳤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탓인지,이 곡에서는 오히려 피쳐링을 맡은 차붐의 벌스가 더욱 와닿았다.

자신의 시작과 현재를 되짚어보는 그의 벌스 도입부부터,곡의 주제에 알맞은 연기를 하며 마무리하는 벌스의 끝부분까지.

역시 짬은 무시 못 하는 것인가..

 

열 번째 트랙 내 앞에는 돈 내 뒤에는 짜바리.

직전 두 트랙처럼 이 트랙도 픽션으로 꾸며졌지만,그래도 이 트랙은 비교적 진정성이 느껴졌다.

야동과 돈 중 난 돈을 보고 딸 잡네라는 표현에서 굉장한 광기를 엿볼 수 있었으며,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돈에 대한 집착을 가장 잘 표현한 구절이기도 했다.

 

후반부에 힘이 조금 빠지기는 했지만,전체적으로 완성도는 매우 높은 앨범이었다.

1PD 1MC로 이어진 구성 덕분에 곡과 곡 사이의 연결도 매끄러웠고,비트들이 정장을 입혀준 것 마냥 잘 어울렸다.

지나치게 솔직한 가사 덕분에 누군가는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

사실 그것은 소속사 사장인 차붐의 첫 등장때도 마찬가지였고,그렇기에 그의 첫 앨범은 수작이다 아니다로 평가가 정확히 나뉘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그것과 비교를 하기에는 시대도 많이 변했지만,이러한 캐릭터는 누군가에게 여전히 비호감일 수 밖에 없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돈에 대한 광기,그 광기를 가질 수 밖에 없던 그의 과거.

그리고 그것들을 풀어내는 과정에 있어서,때로는 솔직했고 때로는 유쾌했다.

한 가지 바이브로(굳이 얘기하자면 솔직한 쪽으로)밀고 가는 것이 내 취향엔 더욱 부합했겠지만,그렇게 갔다면 오히려 더욱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았을지도 모른다.

나름의 타협점이라 생각을 하고..

아무튼 근래에 보기 드문 형태의 음악이기도 했고,앞으로도 이런 류의 앨범은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굉장히 기념비적이며,상징적일 수도 있을 것 같은 뮤지션.

그런 뮤지션이 날것의 대명사인 차붐 밑에 영입되었다는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으리라.

5점 만점에 3.5.

 

(평소같으면 글에 영상을 넣어서 마무리하는데,당황스럽게도 이 앨범의 영상이 유튜브에 하나도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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