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리뷰하려는 앨범,이 앨범을 발매한 아티스트는 사실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다.
Anonymous Artists라는,다소 생소한 플랫폼(여러 아티스트들이 이 명의로 곡을 내지만,피쳐링에 이름을 올리는 형식이다.)을 통해 처음 등장했었고,이 조차도 들어본 이들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서도 활동하는 듯 한데,사실 그 조차도 몇 곡 없었다.
이 앨범도 모 래퍼의 인스타 피드에서 우연히 접했고,사실 별 기대감 없이 돌리게 되었다.
그런데 막상 들어보니 생각보다 괜찮았고,나만 알고 있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서 짧게나마 리뷰를 남겨보려 한다.
첫 트랙 It will be fine은 이별 직후에 마음을 추스르는 모습을 담고 있는 트랙이다.
3분 30여 초의 러닝타임동안,보컬이 차지하는 비중은 1분 남짓인 트랙이다.
지금은 괜찮지 않지만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노랫말 뒤에 연주가 깔려있는데,이러한 곡의 전개가 진한 여운을 남기게끔 해준다.
두 번째 트랙 We just는 그 남아있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않은,어쩌면 집착으로 변해버린 모습을 보인다.
‘Why are we just friends
그냥 묻고 싶어
그냥 그 정도면 괜찮은걸까’
헤어진 연인에게 남아있는 미련을 떨쳐내지 못 하는 모습을 이 곡 내내 보여주는데,보통 이런 류의 감성은 남성 보컬의 발라드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지 않은가.
그것을 여성의 목소리로 들으니,생각보다 괜찮았다.
세 번째 트랙 What you want에서도 이전 트랙들의 감성을 계속 이어간다.
화가 나고 머리 아프고 복잡한 상황을 묘사하는 와중에,
‘우린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아
그건 너도 알지
날 멀리 하지 않길’
‘어떤 말이라도 나 듣고 싶어 다’
라는 노랫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서로의 시간이 필요함을 인정하지만,멀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좋은 말이건 싫은 말이건 간에,그저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하는 마음.
이런 것이 사랑의 끝에 다다랐을 때 나올 수 있는 집착이지 않을까.
가사에 있어서 복잡하거나 어려운 표현은 덜어내고,굉장히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생각이 든다.
여담으로,이 곡의 피쳐링을 맡은 Goopy라는 보컬은 Mokyo,PH-1등과도 작업한 아티스트이다.
이 분도 신인 아티스트고 이제 커가는 단계이기 때문에,많은 관심을 좀 가져줬으면..(사실 나도 별로 안들어봤다.좀 찔리긴 하네..)
네 번째 트랙 Wasted times.
괴로움을 잊기 위한 시간 또한 다 낭비처럼 느껴지는 상태를 묘사하고 있다.
이 곡에서는 사실 피쳐링으로 참여한 주영과 맥대디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맥대디의 벌스가 더욱 귀에 꽂혔는데,소원해진 남자가 흔히 핑계처럼 이야기하는 ‘요즘 내가 바쁘잖아’라는 표현이 쇼미 이후로 이름값이 상승한 맥대디의 현 상황과도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듯 했다.
그리고 그의 랩핑에 리버브가 걸려있는 것이,술에 취한 몽롱한 상태를 나타내는 듯 해서 그가 더욱 나쁜 남자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이 곡에서 특이한 점은 작사란에 루이의 본명,황문섭이 올라가있다는 점인데..어느 부분을 작사한 것인지,그리고 왜 굳이 본명으로 크레딧에 올린 것인지도 궁금해진다.
이 앨범은 이별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관통하고 있으며,섬세한 표현들이 곳곳에 베어있는 작품이다.
다소 클리셰로 다가올 수 있는 주제이니만큼,짧은 길이로 끊어낸 것은 구성 면에서 굉장히 탁월한 선택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지겨워질 수도 있었는데,적절한 편곡과 짧은 길이 덕분에 재밌게 들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크레딧을 보니 작사와 작곡을 모두 도맡아 하셨는데,이렇게 짧은 앨범을 구상하는 방법에는 어느 정도 통달한 듯 하니 다음 번에는 풀랭스 앨범에서 그 역량을 펼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리고,밝은 트랙에서는 어떤 매력을 보여줄지도 궁금하고 말이다.
아무튼 이 앨범은 5점 만점에 3.0.
뜬금 없는 얘기지만,헤비 리스너를 자처하며 그 동안 많은 아티스트들을 디깅해왔다.
그리고 나의 언급이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늘 가져왔었고,그런 것들이 도움이 1그램이라도 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글을 적은 아티스트들이 성과를 이뤄가는 과정을 보며 약간의 뿌듯함을 느낀 적이 많다.
이 분도 그 뿌듯한 순간 중 하나가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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