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한국사람-환상

앨범 리뷰

앨범리뷰)한국사람-환상

한국사람은 얼마 전에 인터뷰를 통해서 9월이나 10월 중 새 앨범이 나올 것이라고 예고를 했었고,그 기다림에 보답을 하는 앨범이 드디어 나왔다.

그 동안 이미 두 장의 앨범을 낸 그가 왜 이번 작을 정규 1집이라고 선언했는지에 대해서 약간의 의문은 남지만,아마도 그 만큼 정성을 쏟은 작품이기에 그러지 않았나 싶다.

공을 들인 앨범이니만큼 한국사람에게는 처음일 뮤직비디오 또한 예고가 되어있고,아직 피지컬에 대한 소식은 전무하다.

 

앨범 발매 며칠 전 새벽에 켰던 인스타 라이브에서는 언제나처럼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끝까지 들을 사람이 있을까 싶다.’라며 자조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지만,사실 이 말은 빈말로 흘려 들었다.

몇 바퀴를 돌리고 리뷰를 작성하기로 마음 먹은 지금은,’.이래서 한 바퀴 돌리기가 힘들다고 한거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뭐 팬심도 있고 요즘 리뷰 너무 안 쓰기도 했으니 어떻게든 써서 올려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때마침 한국사람의 인스타그램에 이벤트 글도 올라왔으니,궁금한 사람들은 찾아보길 바란다.

 

첫 트랙 요동에서부터 예상과는 전혀 다른 사운드가 나온다.

Lo-fi의 기타연주 위에 알아듣기 힘든 발음으로 읊조리는 트랙.

첫 트랙부터 호불호가 굉장히 심하게 갈릴 듯 하다.

나를 잠에서 깨어나게 하고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그 원동력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찰.

가사가 알아듣기 힘든 이유는 어쩌면 잠에서 덜 깬,비몽사몽인 상태를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제목은 요동이지만,영어 제목이 ‘Morning’인 것에는 분명 의도가 있으리라.

 

두 번째 트랙 버텨는 지저분한 전자음 위에 랩과 샤우팅이 곳곳에 섞인 곡이다.

앱신트 힙합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은데,사실 그의 음악에 장르적 구분이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가사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기는 힘들지만,분노와 불만이 가득 차있는 듯 한 랩핑이었다.

이러한 감정은 다음 트랙인 화 에서 그대로 이어진다.

그를 둘러싼 루머,헤이팅에 대한 분노가 아닐까 싶다.

가사에서 구설수라는 단어가 언급되기도 하고,겁 주거나 방해할 수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도 존재한다.

사실 그의 모든 음악이 그러했듯,말하고자 하는 바를 쉽게 풀어낸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런 것 치고 구설수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한 것 보면..어지간히 화가 났나보다.

 

네 번째 트랙 나비는 제대로 된 밴드 사운드의 곡이다.

이 곡에서 말하는 너,혹은 나비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그 대상에 대한 분노를 계속해서 드러낸다.

죽여도 안 멈출거라는 가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이런 메시지를 파워풀한 랩이 아닌,밴드 사운드 위에 펑키하게 풀어낸 것에 대해서 약간의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다섯 번째 트랙 탱크에서는 컨셔스랩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이 들었다.

무전유죄,1994년도의 충격 이라는 가사가 이 곡에 있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발언으로 잘 알려진 지강헌 탈주 사건,그리고 문민정부의 추락과 더불어서 김일성 사망 이후로 혼란스러웠던 정국 등..

그는 지금도 정치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는 것 같았다.

물론 그 이상의 직접적인 언급은 없고,비유적인 표현들로만 풀어내는 방식을 보여주는 것은 여전하다.

그렇기에 이런 나의 추측이 억측일 가능성도 매우 높지만,나름 그럴 듯 하지 않은가?

 

여섯 번째 트랙 적.

아마 이 앨범에서 호불호가 가장 많이 갈릴 트랙이지 않을까 싶다.

지저분한 사운드 위에 이어지는 샤우팅.

가사를 듣고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은 있으나,그걸 타이핑하기에는 힙플 정지 먹을까봐 차마 옮기지를 못 하겠다.

아무튼 이 앨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트랙.

 

일곱 번째 트랙 하얀.

억눌림에서 벋어나 변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1절을 지나,훅 이후에 이어진 가사는 오히려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나는 나를 위해서

변해야 한걸 알면서도

눈을 깔고 다니면서

네 앞의 위선 미소

라는 가사가 나오는데,말 그대로 변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변하지 못 하는 자기 자신에게 괴로워 하는 듯 한 가사였다.

 

이 곡에서 재미있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음원사이트에 등록된 가사를 보면서 감상을 한다면,괄호 속에 적힌 가사가 더 잘 들리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운드적인 도치법이라고 해야할까?이것도 분명 의도된 행동이리라.

 

여덟 번째 트랙 날개.

이전 트랙들에서 느낀 혼란은 이 트랙에서도 계속 되는 듯 했다.

위로하는 사람들 조차도 위선으로 보이고,사람에 대해 불신을 보이는 모습.

이상의 소설 날개가 떠오르는 가사.

 

아홉 번째 트랙 666.

이 곡은 기존에 사운드클라우드에 등록이 되어있던 곡이고,본인 스스로 가사의 뜻에 대해서 해설을 한 적도 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성공을 얻는다는 표현에서 모티브를 얻은 가사로,그런 식으로 얻은 성공은 결국 외로울 뿐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전체적인 해석에 대한 영상은 밑에 첨부해두겠다.

https://youtu.be/p3sQckgUD7I 

영상이 10분이 좀 넘는다.

대략 2분부터 8분까지가 해설이다.

 

심오하고 비유적인 표현으로 가득한 그의 가사들.

그렇지만 쉽게 쓰여진 문장은 하나도 없었다.

 

열 번째 트랙 폐허도 이전 트랙에서 이어지는 듯 했다.

영혼 팔아 얻은 성공을 저주로 느끼는 듯 했다.

샤우팅 또한 고통스럽게 느껴졌고,지저분한 사운드는 혼란스러운 정신상태를 표현한 것 같았다.

온전히 감상하기에는 좀 힘든 트랙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의도는 알겠으나,좀 과하게 느껴졌달까?

 

열한 번째 트랙 빛은 그 저주의 심판이 다가왔음을 암시하는 듯 했다.

이 곡 중간에 나오는 머니스웩은 스웩보다는 고해성사처럼 다가왔달까?

 

열두 번째 트랙 자자는 이 앨범에서 꼭 필요한 트랙이었다.

앨범 이름처럼 환상.어쩌면 화자의 꿈의 일부이지 않을까 싶었다.

 

열세 번째 트랙 프렌치.

이 곡도 과거 사클에 올라왔던 곡이다.

가사만 보고 사실 이전 앨범의 연장선상에서 공개한 곡이 아닐까 했었는데,이 앨범에 실린게 조금은 의외다.

666에서 악으로 보았던 것 중 하나가 여자이기에,그 악에 대한 증오심을 앨범 곳곳에 나타낸 것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해석이겠지만 말이다.

 

열네 번째 트랙 꿈에서도 그 악,즉 여자에 빠진 화자의 모습이 여전히 이어진다.

 

열다섯 번째 트랙 좀비라이프는 바로 직전 두 트랙에서 느낀 경험 뒤에 이어지는 회의감을 드러낸 듯한 곡이다.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다 이뤄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을 보아,성공에 대한 열망만은 포기하지 못 한 듯 했다.

 

열여섯 번째 트랙 휴대폰어드벤쳐에서는,여자를 원망하는 것을 넘어 연락수단인 휴대폰을 원망하기에 이른다.

점점 미쳐가는 듯 하다.

사운드적으로는 2000년대 초반 모던락 밴드들이 들려줬을 법한 연주와 보컬인데,가사가 너무 심오해서 내가 지금 몇 년도의 음악을 듣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빠지게 했다.

 

열일곱 번째 트랙 독수리에서는 본인 스스로도 미쳐가는 것을 자각하는 듯 하다가도,여전히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변의 조언 따위는 그저 앞길을 막는 것으로 느끼는 경지.

 

열여덟 번째 트랙 벌레는 결국 정신을 차린 뒤의 모습 같았다.

혼자인 것 같아 슬프고,누군가 자신을 위로해주기를 바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 앨범은 마무리 된다.

 

사실 계속 듣다 보니,이 앨범의 트랙 배치를 재배치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산이의 앨범 중 ‘not’ based on the true story가 그러하였듯,순서대로 듣고 추측하는 해석이 작자의 의도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다만 그 해석에 대해 연구하려면 이 앨범을 몇 번,아니 몇 십 번을 더 감상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는 너무나도 피곤한 앨범이라,다시 손 댈 엄두가 안 난다.

트랙 단위로는 즐길 용의가 있지만,앨범 전체를 감상하는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사운드적으로나,가사적으로나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밖에 없는 앨범이다.

마치 한 권의 책을 읽는 듯한 스토리이지만,그 스토리가 누군가에게는 다소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폭력적이거나 성적인 묘사도 많기에,더더욱 그러하다.

다만 앨범 제목이 환상이지 않은가?이것은 하나의 창작물일 뿐이니,다들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아줬으면 싶다.

5점 만점에 3.0.

https://youtu.be/yEzzHIeT69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