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Fana-FANAbyss

앨범 리뷰

앨범리뷰)Fana-FANAbyss

 

 

정말 뜬금포인 앨범이 하나 나왔다.

그 날은 쇼미777 첫 방송날이기도 하였고,구원찬과 짱유,그리고 더콰이엇의 앨범이 발매된 날이기도 했다.

이슈거리가 될 것이 너무도 많은 이 시점에 굳이 나왔어야 했던 앨범,지금이 아니면 안 되었을 그 앨범.

화나의 4집 FANAbyss이다.

 

1번 트랙 심암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도 분명치 않은
성긴 응어리 같은 것들이 잔뜩 엉킨 암흑
흠뻑 진한 물감을 흩뿌려 칠한 듯
어둡던 시간 틈으로 스며든 건 긴 한숨
붕 뜬 현실과 꿈의 균열 불거진 간극 사이엔
끝없이 날 붙들어 매는 두려운 집착뿐
무거운 짐짝 끌고 지나 수렁 비탈 구덩이
거듭 걸린 발 끝내 결국 무너질 나의 무덤 위

 

이 앨범은 ‘공황장애를 겪는 과정 속에 느낀,여러 정서를 기록한 수기’ 와도 같은 앨범이다.

공황이라는 것에 대하여,첫 트랙의 도입부 단 8마디만에 멋스럽게 정의 내릴 수 있는 화나의 능력.

 

2번 트랙 동충하초

불만족
숨만 쉬어
무감정
동충하초
불만족
숨만 쉬어
무감정

하루살이 잡풀같이 난 무가치
하루살이 잡풀같이 난 무가치
하루살이 잡풀같이 난 무가치
하루살이 잡풀같이

 

이런 곡을 만들고,뱉어낸 본인이 가장 힘들었겠지마는..

상처는 상처로 치유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힘들었을 화나를 생각하니,내가 다 안타깝달까?

 

이 트랙의 비트는 싸이코반의 작품이다.

싸이코반의 오피셜한 작품을 듣는 것이 얼마만인가 싶기도 하고..

 

3번 트랙 수조

차디차디 찬 어항 속 물고기같이 난 모호한
시간이나 공간
거기서 기다린다 무언갈
만신창이 산송장
희망이란 종양
결국 밑까지 탄 성냥

 

담담하게 랩을 뱉어가다가,위에 인용한 가사는 거의 숨을 뱉듯이 작은 소리로 뱉는다.

그리고 그 다음 마디의 발성은 또 바뀌었다.

하루에도 수백번 왔다갔다할 감정의 시계추를 가사라는 매개채를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함은 물론,

발성의 변화를  통해 청각적으로 들려주기도 하였다.

 

대부분의 음악들에서는 이러한 변화들은 비트를 변화를 준다거나,이미 녹음된 보이스에 이펙트를 건다거나 하기 마련이지만,화나는 본인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였다.

 

4번 트랙 섬

난 나를 숨겨
때론 나조차 찾을 수 없게
사람을 퉁겨
차라리 사랑 받을 수 없게
지도에 날 수없이 빼놨어
절대 닿을 수 없는 외딴 섬

 

이 훅 앞부분에 매우 깊게 울리는 베이스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근래 들은 앨범,그리고 근래 들은 곡 중 가장 심혈을 기울인 믹싱인 듯 하다.

 

5번 트랙 해파리

이미 지난 작품 FANAConda에서 호흡을 맞춘 김박첼라의 비트.

어쩌면 화나라는 인물을 가장 잘 이해하는 비트메이커이지 않나 싶다.

 

날 더 찾지 않는 곳에
상처받지 않는 곳에
바람도 맞지 않는 곳에
살갗도 닿지 않는 곳에

흘러갈래
흘러갈래

만나고 싶지 않아
말하고 싶지 않아
보고 싶지 않아
아무도 보고 싶지 않아
그 말 듣고 싶지 않아
관심 두고 싶지 않아
눈 뜨고 싶지 않아
고개 들고 싶지 않아

 

담담한 랩,그 뒤에 이어지는 싱잉,그리고 또 연이어 이어지는 숨소리를 뱉는 듯 읊조리는 랩.

그리고 이어지는 화려한 변주.

공황 속에 있는 본인의 상태를 표현하기 위하여,이렇게나 많은 장치들을 연이어 사용하다니..

 

6번 트랙 길잡이 별

이미 수 없이 많은 공연에서 선보인 곡.

시기적으로 2집 전후즈음에 처음 선보이지 않았나 싶다.

그리 오래된 곡을 이 앨범에 굳이 넣은 이유는 물론 본인만이 알겠지만,내가 느끼기에는 그렇다.

어쩌면,어려운 미로 속을 해매고 있는 본인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눈빛 가린 저 그늘의 그림자인 척
구석진 자리 고독한 투명인간인 척
숨은 그림 찾기 속에 가려진 답인 척
누구든지 자길 돌아봐주길 기다리면

어느 틈인가 미소로 반기며 이야길 걸어주는 길잡이 별
텅 빈자리 곁을 나란히 같이 걸어주는 듬직한 길벗

외로운 여정들을 돌보는 수호성
감은 눈 속 형형색색의 작은 요정
어두운 곳 명멸하는 보석의 불꽃 놀음
꿈결처럼 느껴보네 줄곧 너를

 

 

 

간만에 앉은 자리에서 몇번이고 돌려들은 앨범이었다.

정신병을 겪어본 나의 과거에 대입해보기도 하였고,깊은 가사와 잘 짜여진 비트에 감탄하기도 하였고,그냥 생각없이 듣기도 하였고.

솔직히 나에게는 별 5개 만점짜리의,근래 최고의 앨범이지만..

평가라는 것을 하기가 실례가 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황이라는 것은 사실 방송에 여러 번 다뤄지고(특히 예능프로)해서 가볍게 보는 이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경험을 하나 얘기를 하겠다.

몇년 전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난다.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갑자기 공황이 와서 빨간 불이 되고,경적이 한참 울리고 나서야 비로소 그 상태에서 깨어본 적이 있다.

그마만큼 위험한 것이라는걸,그러한 상태에서도 정말 힘들게 써내려갔을 작품이라는걸 더욱 더 많은 청자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https://youtu.be/F5Q4fWkJf5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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