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창모-UNDERGROUND ROCKSTAR

앨범 리뷰

앨범리뷰)창모-UNDERGROUND ROCKSTAR

한국 힙합의 팬으로서 창모의 모습을 지켜봐 온 이들이라면, 그가 가는 길이 순탄치 않았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앨범의 제목이자 자신에게 붙인 또 다른 이름인 ‘Underground Rockstar’라는 수식어는 창모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10만 원만을 가지고 만들었던 앨범돈 벌 시간2’의 성공 이후로 여러 히트작을 발표하며 이제는 대중들의 입에도 오르내리는 그이지만, 여전히 자신의 출신을 자랑스러워하는 모습. 그리고, 성공을 거둔 뒤에도 언더라는 이유로 수많은 폄하를 당해온 그의 삶을 지켜봐 온 이들에게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그런 배경을 모르는 이들이라 할지라도 이 앨범을 통해 그의 삶의 일부분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첫 트랙모래시계는 이 앨범의 핵심 주제가 담긴 트랙이자, 이 앨범에서 유일하게 추상적인 비유가 가득한 트랙이다. 신분, 품위 따위를 얘기하다가도우리가 순수할 땐 할 때 Sex’라면서 인간이란 결국 쾌락 앞에서는 다 똑같다는 듯 얘기를 하며, 모래시계처럼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얘기하는 듯하다.

이어지는태지에서 들려주는 창모의 삶은 역설적이게도 상류층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으며, ‘Rockstar Lifestyle’의 피쳐링인 365lit Posadic의 가사는 창모의 삶을 보며 감화된 후배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덕소리 비닐하우스에서부터 평창동까지 닿게 된 창모의 삶은 분명 모래시계를 뒤집어버린 듯한 모습이지만, 그런 삶은 절대 즐겁지만은 않다.

 

‘알잖아 난 가 끝까지, 파멸을 맛봐야 깨닫는 스타일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Beretta’, ‘지녔던 내 의미도 다 놓쳐버렸고라 말하는 ‘Chronic Love’를 통해, 본인만의 삶의 방식을 통해 위로 올라오기는 했지만, 그 안에서 잃는 것 또한 많았음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어지는 ‘Vivienne’가 특히 인상 깊었다. ‘ㄱ ㄴ ㄷ ㄹ 하나씩 해낸 후 만나게 되는 챕터는 미움이니라는 가사는 차트 1위를 찍은 뒤 사재기로 의심받던 일을 떠올리게 하였다. 그런데도아예 끝을 향해 기어를 올리지 내 희열을 위해라 말을 하지만, 바로 뒤이어지는 훅을 통해 지금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필요한지를 느끼게 해준다. 이 곡을 통해 드러나는 창모의 정신 상태는 분명 불안정해 보인다.

 

Little Brothers’를 통해서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을 위해서라도 멈출 수 없음을 드러내며, ‘Hyperstar’를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는 서사도 인상적이었다. ‘시계를 멈출 순 없지만, 그래도 그렇대도 중력을 거스를 순 없을까라며 불안정한 삶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는 ‘Hotel Room’, 그리고 ‘No Regret’멈춘다는 게 슬픈 의미라면, 난 멈춘단 의미를 뒤집어놓겠어라 말하는 모습은, 위태로운 삶 속에서 마침내 깨달음을 얻은 듯한 느낌이었다. 당장에 ‘Hyperstar’에서는 멈출 수 없다는 말을 끊임없이 내뱉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앨범의 서사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마지막 트랙 ‘Supernova’는 창모의 커리어 초기부터 이어지는, 미래의 아이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곡이다. 직전 트랙 ‘No Regret’에서난 나를 찾아 당장 항해하겠어라 했는데,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첫 번째 과정이지 않은가?

 

지금에는 이 앨범에 대한 여론이 호평으로 점점 바뀌는 듯하지만, 앨범이 나온 초기에만 하더라도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다. 호불호가 갈리는 주된 이유는 칸예를 연상시키는 사운드도 한몫하지만, 이전에 발매된 창모의 다른 작업물과 비교해서 더욱 높아진 수위의 가사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모래시계우리가 순수할 땐 할 때 Sex’같은 가사뿐만 아니라, 스웩을 드러내는 방식 또한 이전보다 직설적이며 날카로워졌다. 이전에는건물을 왜 사, 건물을 묶어논 다이소에서 지른 두터운 밴드’, ‘난 버거킹 토핑을 다 추가해 그만큼 돈 버는 중과 같이 스웩 벌스 안에서도 위트를 섞어냈다면, 해당 앨범에서는경찰차 앞에 폼 좀 잡지 말어 거에 들어가 내 연 수억 세금이와 같이 직설적인 어조로 얘기한다. 성공을 위한 노력, 성공한 뒤에도 계속해서 따라오는 미움들, 그리고 올라온 뒤에 위를 바라보니 더 높은 지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 순간, 변화는 그렇게 찾아왔다.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삶을 투영하는 가사를 쓰는 것이 래퍼의 본분이며, 그렇기에 변화된 삶을 잘 투영해낼 수 있는가는 래퍼 본인의 역량에 달려있다. 그리고 자신의 변화된 모습이 갑작스럽지 않게 느껴지게끔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은, 앨범의 통일성을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렇기에 초반부모래시계태지는 이 앨범의 핵심 부품과도 같다. 그렇기에, 앨범을 끝까지 들은 뒤 다시 처음 트랙을 들어보기를 권한다. 성공에 대한 갈망, 파멸에 대한 두려움, 그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결국 삶은 모래시계와 같다는 창모 나름의 깨달음이 또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https://youtu.be/I9ya3dW6t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