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HEARTCORE-HEARTCORE

앨범 리뷰

앨범리뷰)HEARTCORE-HEARTCORE

Swervy(스월비) Reddy(레디)는 패션에 관한 관심을 지속해서 보여왔으며, 음악을 통해서도 꾸준히 그 관심을 내비쳐왔다. 물론 힙합과 패션은 떼려야 뗄 수 없지만, 이들의 음악 속에서 보이는 모습은 또 다르다. 스월비는 지난 앨범 ‘Undercover Angel’을 통해 추락하는 자신의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사치를 부리다가도, ‘물질만능주의가 낳은 잔재, 그게 내 모습인 게 뭐 어때라며 오히려 당당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레디는 말할 것도 없이, 패션으로 대표되는 래퍼이지 않은가? ‘Break Bread’이게 내 잘못이냐? 옷이 걍 다 잘 어울리는 게라는 구절은, 그를 대표하는 라인이기도 하다.

 

앨범명, 그리고 팀명과 동일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첫 트랙 ‘HEARTCORE’를 통해, 이 팀이 가지고 있는 음악적 색채가 어떤 것인지를 설명하고 있다. ‘One times one is one’으로 시작하는 가사가, ‘four times four is HEARTCORE’라고 이어지고 있다. 1곱하기 1 1… 그리고 4곱하기 4 HEARTCORE라는 말인데, 4명이 보여줄 조합은 단순히 숫자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다는 말 같았다.

 

이어지는 ‘S.N.S’는 흔히들 생각하는 의미가 아닌, Styling Stunting을 나타낸다고 한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멋있게 꾸미는 행위는, 스턴팅과 같이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라는 것을 은유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 곡에서 스월비의 벌스 마지막에는 UNDERCOVER라는 브랜드가 반복적으로 언급되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그의 지난 앨범 ‘Undercover Angel’을 떠오르게 한다. 특히나 이어지는 레디의 벌스에서난 두 배로 뛰어왔고 그래서 I think I do better’라며, 그의 지난 앨범 ‘500000’의 수록곡두 배로 (Do Better)’를 언급하며 앞선 스월비의 벌스에 개연성을 더해준다.

 

, ‘두 배로 (Do Better)’를 언급한 것도 허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레디는 유행과 자신만의 스타일링에 대해 언급을 하다가도, 벌스 후반에는예술가가 게으르던 시대는 갔어, 전부 빠르니까 난 느린 거 같아라 말한다. 두 배로 뛰어온 스스로가 느리게 보일 만큼 요즘 래퍼들이 허슬하고 있다는 뜻일 수 있고, 본인의 패션은 빠르게 변하는 유행과는 다를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저렇게 할 바엔 난 누워서 광합성이라 말하는 벌스 후반부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가능한 해석이다.

 

 

이어지는 트랙의 제목, ‘Yuppie’라는 단어는 물론 다른 뜻으로 쓰이겠지만 단어 자체의 뜻을 보면 둘에게 참 잘 어울린다. 젊은 도시의 전문직을 뜻하는 Yup, 그리고 Hippie의 합성어. 좋은 뜻 같아 보여도, Yuppie로 대표되던 세대는 등 따시고 배부르게 자란 졸부의 이미지가 강했다.

스월비의 벌스 곳곳에는 화를 드러내는 표현들이 많은데, 아마도 자신을 Yuppie라 부르는 것에 대한 화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레디의 벌스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난 여기 진짜 길거리 출신이라 말한다. Yuppie라고 불리는 다른 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나의 과거가 이젠 무기라고 까지 말을 한다. 곡의 곳곳에서 드러나는 스웩 가사들, 예를 들어내 기분이 x같아서 옷장이 통째로 바뀌었군같은 가사들이 다른 곡에서 쓰였다면 그저 뻔한 자랑처럼 들렸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라인들은, 이 곡에 쓰였기 때문에 의미가 달라질 수 있었다. 태생부터 부자가 아니었음에도 겉모습 때문에 Yuppie취급을 받는 것에 대한 분노 말이다. 마지막 레디의 벌스에서는 ‘Call me Yuppie, yuh, Reddy Yuppie, yuh’라 말을 하지만, Yuppie라는 단어의 의미가 조금은 다르게 다가온다. 물려받은 수저들 사이에서, 길거리 출신임을 숨기지 않는 자신을 진정한 Yuppie라 자칭하며 기존에 통용되던 단어의 뜻을 재정의하는 모습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을 감독에 비유한 ‘Spike Lee’와의 연결이 더욱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특히나 스월비의 벌스 중난 옷 속에 묻혀 꺼내 달라 올려, 내 왼손’, ‘난 저음에 묻혀 꺼내 달라 올려, 내 오른손이라는 라인이 굉장히 인상적인데,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는 본인의 모습을 무언가에 파묻히는 것으로 표현했다는 점, 그리고 손을 드는 사소한 행위에도 의미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강렬한 펀치라인이었다. 그리고 이 곡에서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벌스는 마지막에 레디와 스월비가 주고받는 부분에서 나오는데, ‘나는 자체 미디어/내 눈이 너무 높아져서 내려다봐 기린도/내 이름은 의인법이라는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인생을 감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미디어라 말하는 모습은 곡의 주제와 잘 들어맞음은 물론, 사람이 아닌 것을 사람에 비유하는의인법이란 단어를 오히려 레디 본인의 이름을 수식하며 사람을 넘어선 무언가의 존재로 표현하는 모습 또한 참신했다.

 

 

이어지는 ’60 BPM’, 런웨이나 편집샵에 어울릴만한 트랙을 만들겠다는 목적이 돋보였다. 공간감이 느껴지는 비트, 구두소리가 연상되는 도입부의 드럼은 마치 Vaporwave(베이퍼웨이브)의 사조 중 하나인 Mallsoft(몰소프트)가 연상된다. 그리고내가 나올 때마다 싹 바뀌는 fit, bass, kick’이라는 가사는 피팅룸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모습을 연상시키는데, 단순히 fit만이 아니라 bass, kick, 즉 주변의 음악까지도 변화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패션과 음악이 가장 밀접하게 붙어있는 곳이 바로 쇼핑몰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입고, 찍고, 씻고, 찢고, 버려라는 단순한 가사를 반복하며 리듬감을 형성하는 것은 물론, 반복되는 단어만큼 반복되는 소비를 나타내는 또 하나의 스웩 벌스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 트랙 ‘Flight 801’은 전 세계 여기저기에 팔려나가는 패션 브랜드들처럼, 자신들의 음악도 여기저기를 날아다니며 귓가에 맴돌 것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전반부 세 트랙은 SUI(수이), 후반부 세 트랙은 Yosi(요시)가 담당하였는데, 크레딧을 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모든 비트가 통일성이 있게 느껴졌다. 특히나 ‘Yuppie’에서 ‘Spike Lee’로 이어지는 전개는 곡의 주제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듯 느껴졌고, 비트의 연결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았다. 그리고 인트로와 아웃트로는 온전히 프로듀서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트랙을 배치하며, 참여한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HEARTCORE’ 발매 직후에 공개된 힙합le와의 인터뷰에서, 레디는본인들이 좋아하는 문화에 조금 더 소비를 하고 관심을 갖고 그랬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했다. 개인적으로 이 발언이 이번 앨범을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이라 생각하는데, 참여진 모두가 패션에 관심이 있고, 이 앨범의 주제 또한 패션이지 않은가? 본인들이 좋아하는 패션이라는 문화에 대한 관심을 음악을 통해서 드러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이 패션이라는 문화를 어떻게 소비하는지를 음악을 통해서 드러내고 있다. 인터뷰에서 한 발언까지 언행일치 될 정도로, 근래 들어서 가장 통일성 있는 앨범이 아닐까 싶다.

 

https://youtu.be/ZDXj8r8las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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