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Takeone-상업예술

앨범 리뷰

앨범리뷰)Takeone-상업예술

이 글을 읽는 리스너라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TAKEONE(테이크원)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엄청난 자부심이 있는 사람이다. 'Bad News Cypher vol.1 - vv2 remix'의 가사에서 자신의 지난 디스코그라피를 나열한 후, ‘상업예술 또한 명작이 예정돼있지라고 외치는 부분은 그의 자부심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부심으로, 스스로 명작이라 예고한 앨범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앨범에 관해서 이야기하기 전, 앨범 소개 문구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제품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밝힙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인물, 제품 및 단체가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을 지칭하는 것인지, 아니면 계속해서 등장하는 전 여친만을 지칭하는 것인지, 또 어쩌면 작품 속 테이크원 자신만을 지칭하는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왜냐면 등장하는이라고 했지, ‘등장하는 모든이라고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앨범은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를 가지고 있다. 모든 것이 허구라고 가정한다면, 앨범 속의 모든 가사와 뮤직비디오 속 내용 모두가 상업적인 예술작품을 비꼬기 위한 클리셰라는 극단적인 해석까지도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리뷰를 쓸 때는 앨범의 의도가 무엇일지 예상하여 쓰는 편인데, 이 앨범은 정확한 의도 파악이 불가능하다고 느껴져서 리뷰를 쓰기가 망설여질 정도였다. 단지 저 한 줄의 앨범 소개 문구 때문에 말이다.

 

이전 앨범 녹색이념 감독판의 마지막 트랙이었던 개화와 함께 앨범은 시작한다. 이 앨범이 녹색이념의 연장선에 있음을 알리기 위한 장치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어지는 트랙들을 바탕으로 추측해보자면, 이 앨범 속 시점은 녹색이념 발매 이전의 시점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홍대의 가사, ‘한국 랩이 구리다고 욕하는 이유, 그건 아직까지 내꺼 듣지 않았기에에서 말하는 내꺼가 바로 녹색이념일 것이다.

 

사랑 이야기를 중점으로 흘러가는 이 앨범 속에서 힙합에 관해 이야기하는 홍대가 다소 뜬금없이 느껴질 수도 있다. ‘개화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 전 여친에 대한 미련과 욕망 때문에 당산에서는 성관계를 갖고, 질병 때문에 아파하는 자신을 돌봐주는 전 여친에게 널 만나 보여주려던 게 이게 아니잖아라며 스스로 떠나보낸다. ‘홍대에서 본인을 찌질이’, 혹은 병신새끼라고 언급하는 부분은 정말로 사랑했던 사람을 다시 떠나보낼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의 모습일 것이고, 그런데도 이나 제일의 악당이 된다고 표현한 것은, 자신의 음악에 있어서만큼 찌질하거나 병신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는 중의적인 표현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이어지는 이수에서는, 억지로 떠나보낸 전 여친에게 다시 마음을 여는 모습이 그려진다. 우연한 만남, 그리고 전화 한 통에 마음을 여는 모습이 흔한 사랑 노래 속 뻔한 클리셰처럼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1절에서 테이크원 본인의 불안정한 상태를 복선으로 미리 깔아뒀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1절 없이 2절만 있었다면, 그저 상업적인 곡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사랑에 빠진 자신의 모습이 낯설지만,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표현한 강남내 귀엔 원래는 안 듣던 장르의 노래라는 가사만으로도 본인이 변화하고 있음을 충분히 나타내었지만, 그보다 앞서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라는 가사가 핵심이다. 윤종신의 환생을 샘플링하며 가사도 일부 인용한 것이지만, 사랑으로 인해 불안정했던 자신의 마음이 진정되는 모습을 표현하는 효과도 가져다 주었다.

 

그녀와 함께하기 위해서, 믿지 않는 교회에 따라가는 모습을 그린 청담이나, 집으로 대려다준 뒤에도 미련하게 주변에서 기다리는 집착을 보여주는 정자같은 트랙도 이전의 테이크원에게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일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지만, 결국 그 끝은 이별이었음을 그린 종착역이나, 제목과는 정반대로 평화롭지 못한 감정들을 쏟아내는 평화’, 증오와 질투에 뒤섞여 억누르던 모든 것을 표출한 뒤, 투신자살을 암시하며 마무리되는 자유까지 이어지는 전개가 극적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극을 전개하면서, 곳곳에는 굉장히 치밀하게 복선을 숨겨두었다.

특히나 종착역에서 백만원, 이백만원, 삼천만원을 언급하는 부분은 앞선 강남에서 셋 둘 하나하며 헤아리던 부분과도 대비되며, 마지막에 잘 지내라는 음성은 개화의 마지막에 언급한 잘 지내와는 다른 무게감을 준다.

 

다시 제자리에서는 엄마와 아빠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지만, 어쩌면 엄마와 아빠의 모습에 자신과 전 여친을 투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이 곡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3절에는 전 여친에게 질문을 던지며 호칭이 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앞선 트랙 자유에서 맞이한 죽음은 이념의 죽음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겠지만, 그와 동시에 전 여친을 사랑하던 자신은 이제 죽고 없음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되돌릴 수가 있다면 나는 당연히 또 한번이라는 구절이 약간의 미련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될 여지는 있으나, 이후 트랙 상업예술에서 악몽 같던 꿈에서 난 눈을 떠라며 그저 꿈으로 치부하는 것을 보면은 미련을 버렸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마지막 트랙 상업예술 Verbal Jint(버벌진트)가 피쳐링으로 참여했다는 것은 굉장히 상징적인데, 이전 작 녹색이념암전을 통해 자신에게 영향을 준, 그러나 지금은 변해버린 버벌진트에 대한 원망과 존경을 동시에 드러냈었기 때문이다. 이념의 죽음을 선포하며, 변화를 맞이하는 테이크원에게, 더 이상 변해버린 버벌진트를 원망할 이유는 없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피쳐링 섭외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버벌진트의 가사 속 인간은 절대 안 바뀐대 내가 그 반례라는 구절 또한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있는데, 자신이 변했듯 사람은 누구나 변할 수 있고, 테이크원에게 너 또한 변할 수 있어라 충고하는 듯했다.

 

리뷰를 작성하면서 느낀 점은, 앞서 말한 앨범 소개 문구는 걸러 들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테이크원이라는 사람이 변화하게 된 어떠한 계기가 분명 있었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신념을 버렸기에 기존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상업적인 사랑 노래를 할 수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게 변화를 준 계기가 작품 속에서 풀어낸 이야기인지, 아닌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상업예술이라는 앨범의 타이틀처럼, 상업성을 지닌 사랑 노래를 할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여전히 예술적 가치를 추구하는 모습이 곳곳에 묻어나는 앨범이었다.

https://youtu.be/_CfE2jvkP_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