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Bully Da Ba$tard-MEMENTO MORI's INTRO

앨범 리뷰

앨범리뷰)Bully Da Ba$tard-MEMENTO MORI's INTRO

국힙씬 역사를 통틀어서, Bully Da Ba$tard(불리 다 바스타드. 이하 불리)만큼 다사다난했던 인물은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다. 약으로 인해서 논란이 된 래퍼들은 여럿 있었지만, 한 사람이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약을 접한 경우, 심지어는 스스로 마음을 고쳐먹고 자수를 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Paloalto(팔로알토)와 함께 한 유튜브 컨텐츠 ‘GANA을 계기로, 문자 그대로 갱생을 하고자 다짐한 듯한 모습이었다.

 

최근 발매된 ‘MEMENTO MORI’s INTRO’는 불리 본인이 그간 겪어온 시간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앨범이며, 곧이어 발매될 ‘MEMENTO MORI’의 예고편 성격이 짙다. 이미 공개된 ‘MEMENTO MORI’의 트랙 리스트로 추측해보자면, 약에 관한 이야기는 그 앨범에서 더욱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이다. INTRO 앨범은 말 그대로, 그간 겪어온 시간에 더욱 초점을 둔 작품이다.

 

첫 트랙 ‘Cliché (Outro)’, 이전 앨범 ‘Bipolar In Ma Neck’의 마지막 트랙이기도 했었다. 청소년 자살률 1위 국가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것은 클리셰라는 생각으로 수록했던 트랙이었음을 불리 본인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털어놨으며, 아마도 유서라는 트랙 또한 문자 그대로의 의미였을 것이다. 직전 앨범의 Outro를 해당 앨범의 Intro로 쓴 이유는, 주변의 시선과 정신병, 그리고 약을 하며 지냈던 시간 속에서 벗어나는 서사를 표현하기에 가장 알맞은 트랙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어지는 ‘Sober’는 맨정신이라는 뜻에 맞게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약과 담배를 끊었음을 언급한 뒤에, ‘마지막 남은 내가 끊을 건 쟤네 목숨밖에 없어’, ‘미친놈답게 거짓말 안 하니 내 옆에 사람들 다 진심이야등의 가사를 통해 달라진 마음가짐을 드러내는데, 일련의 사건들을 겪은 후에 자신의 옆에 남아줄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깨달은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잘못 [회색 죄]’‘Drugs On My Mind’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데, 회색이라는 표현 자체가 흑과 백의 중간이고, ‘2년간 쓴 마약 값 1 2등의 가사는 죄책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D.O.M.M’의 피쳐링으로 참여한 YOONOSUKE이러다 내껄 잃어가라는 가사가 핵심으로 느껴지는데, 잘못이라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약에 손댈 수 밖에 없었던(누군가는 자기 합리화라고 하겠지만...) 자신의 모습을 회색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정전 [Black Out]’은 그가 약에 손을 대야 했던 이유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트랙이었다. 현실이 더 괴롭기 때문에, 스스로 소등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소등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은 아니었기에, 제목에서부터 아예 정전이라 표현했다고 생각된다. ‘난 하나님을 믿어 근데 교회가 무서워서 못 나가는 내가 미워’, ‘옆에 누가 있어 줘도 혼자인 듯해’, ‘난 외롭다는 감정이 뭔지 몰랐어등의 가사를 통해 사람을 무서워하는 모습을 나타내었고, ‘이유 없는 공포감보단 슬픔이 더 편해라는 가사를 통해, 공황(이유 없는 공포감)에 빠져있기보다는 슬픔(이것을 Blue라는 영단어에 대입해보면, 다양한 뜻으로 해석될 수 있음)에 더 익숙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I HATE MA $ELLF.ish [자기혐오]’는 더욱더 극단적으로 그려지는데, ‘의사는 말해 일주일 동안 어땠냐고 That’s What’s Up 괜찮았으면 여기 왔겠냐 시발년아’, ‘더 슬픈 건 정신과에 가도 사람들이 알아보지’, ‘여섯 번째 십계명은 아마 못 지킬 것 같군등의 가사를 통해 자살을 생각하는 (여섯 번째 십계명은 살인이지만, 자살은 결국 스스로를 죽이는 것이기에)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어지는 ‘Bad Trip’‘MEMENTO MORI’s INTRO’는 꿈, 혹은 현실에서 느끼는 머릿속 음성들을 표현한 듯한데, 특히 마지막 트랙은 작은 소리로 내뱉는 파열음 가득한 속사포로 공포감까지 느껴질 지경이다. 가사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행동이었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두 트랙은 가사를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앞선다.

 

예고편의 성격이 가득한 앨범이고, 본격적인 이야기는 다음 앨범에서 풀어가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단순히 예고편만으로 치부하기에는, 다양한 장치가 심어져 있다. 이전 앨범에서 이어지는 아웃트로와 다음 앨범으로 이어지는 인트로 사이의 트랙들이라고 단순히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앨범을 역으로 재생해도 충분히 이어지는 서사이다. 심지어 앨범의 중반부는 오히려 역재생이 더욱더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이다.

‘Sober’에서도 언급되었듯, 너무 솔직한 탓에 오히려 미친놈으로 취급될 수 있는 앨범이다. 스스로 자수를 택했던 그의 모습도, 흑역사로 치부될 수 있는 부분을 음악으로 녹여낸 앨범도 누군가는 분명 불편해할 것이다. 하지만 미친놈 소리를 듣더라도 솔직해야만 하는 것이 불리의 성향이고, 그게 더 자신다운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기에 다음 앨범에서 솔직하게 풀어낼 약에 관한 이야기들이 기대됨과 동시에, 어쩌면 너무 적나라해서 듣기 거북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https://youtu.be/ie-iHvpuz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