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E Sens-이방인

앨범 리뷰

앨범리뷰)E Sens-이방인

제법 오랜 시간 동안 수 많은 리스너들의 애를 태우면서,추측만 난무하던 앨범이 드디어 드랍되었다.

많은 이들이 그토록 화를 내면서도 기다려 온 이유는,두 장의 믹스테잎과 슈프림팀 활동,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최초의 옥중앨범이었던 그의 정규장,에넥도트를 통해서 보여준 모습 때문이었을 것이다.

당초에 믹스테잎으로 알려져있었고,나 또한 그렇게 알고 있었기에 왜 정규가 아니라 믹스테잎으로 명명했는지 알거같다라는 코멘트를 이전에 누군가에게 했었는데..

하지만 최근 인스타 라이브를 통해서 믹스테잎이 아닌 정규라고 정정을 해버렸다는 소식을 접하고,나는 지금껏 써왔던 리뷰를 지우고 리뷰를 다시 작성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쩌다 보니 다시 쓰는 리뷰..;;

 

첫 번째 트랙 Cold World에서는 앨범 발매 이전에 그가 느낀 압박감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내 자랑질은 절대 말이 아닐걸’, ‘되기 전에 하는 말은 다 유치하지 나더러 막 터는 주둥이라니등의 가사가 바로 그러한데,그 동안 그가 뱉어냈던 수 많은 언급들이 결국 스스로에게도 부담이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이 곡에서 말하는 주제는 분명 차가운 세상에 대한 한탄이 주가 되었지만,그 속에서 은연중에 속내를 드러낸 것이 아닐까 싶었다.

 

두 번째 트랙 알아야겠어는 사실 일전에 공연에서,그리고 MAMA 시상식에서 들려주었던 벌스이다.

공사판 노가다,가짜 에어포스 침 묻혀서 닦던,목 늘어난 티셔츠에 고무줄 끼워넣던 과거를 지나 이제는 벌고 난 뒤에 부리는 사치..

다른 이들의 스웩 벌스와 차별화되는 감성.

난 실패와 성공 둘 모두와 친해 이젠라는 가사는 올해 들은 라인 중 최고였다.

 

세 번째 트랙 Bucky에서의 벌스는 이전 트랙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성공한 뒤의 기분에 궁금해하던 이전 트랙과는 달리,이 트랙에서는 어느 정도의 혼란을 녹여낸 듯 했다.

첫 벌스에서는 거짓된 사치에 대한 조롱을 담아내기도 했고,두 번째 벌스에서는 과거의 자신이 행했던 사치와 그것들을 더욱 갈망하던 모습을 회상한다.

어느 쪽도 정답이 될 수는 없고,결국 답을 못 내린 체 트랙이 마무리되는 느낌이었다.

 

네 번째 트랙 Clock에서는 드디어 본인 나름대로의 정답 비슷한 것을 낸 듯 했다.

시간이건 돈이건,그것에 쫓기지 않고 그것을 거머쥐겠다는 야망을 내비친 트랙.

 

다섯 번째 트랙 그XX아들같이에서는 성공한 뒤의 사치를 부리는 본인의 모습과,그걸 바라보며 이런 저런 얘기를 떠들어대는 타인의 모습을 그린다.

자신에게 왈가왈부하는 타인들의 모습을 보며,돈에 대한 그의 생각은 더더욱 확실히 정의되는 듯 했다.

결국 돈 버는 것이 뭐 나쁜건가.

 

이러한 주제의식은 다음 트랙인 All good thing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이런 저런 왈가왈부들은 다 뒤로 재쳐두고,더 이상 그들의 이해를 바라지 않는 태도.

 

일곱 번째 트랙 Dance에서는 그가 생각하는 good thing, 그리고 positive.그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 트랙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보여주려다가 만 느낌이었다.

어릴 때는 지금처럼 살고싶어했고,지금처럼 살아보니 다른 것들이 보인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그가 본 다른 것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나타내지는 않았고,그냥 다 될 거 같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어쩌면 아직 본인 스스로 말하기 부끄러운 것일수도 있고,머릿속에는 명확하지만 말로 꺼내기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목표가 어떤 것이던 간에,그냥 다 될 거 같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것이 진짜 good thing이고 positive이지 않았나 싶다.

 

여덟 번째 트랙 Bobos motel,그리고 그 다음 트랙 Button은 굉장히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Bobos motel에서는 휴식을 바라며 미래를 그리고,Button은 과거를 회상하지만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일단 휴식은 아직 멀었고,지금은 지금을 즐길 시즌이라고 결론 지은 듯 했다.

 

열 번째 트랙 05.30.18

사실 일전에 에넥도트에도 비슷하게 명명한 트랙이 있었고 그 트랙이 디스 트랙이었기에,이 트랙도 디스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봤지만..

일전에도 밝혔지만,이방인에는 디스 트랙은 없다고 했다.

이 날짜는 걍 녹음한 날짜이고,원 제목은 ADHD였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전해들었다.

ADHD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머릿속에 뒤섞인 여러 생각들을 정리 없이 그대로 녹여낸 트랙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듣는 자체로 감정이 이입되어서 나까지 고통스럽기도 했고,어떤 의미에서는 거북하기도 했다.

물론 그 어느 트랙보다도 날것에 가까우며 가장 솔직한 트랙이었다는 점에서는 킬링 트랙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열한 번째 트랙 Radar는 앞선 트랙에서 말한 그 모든 것들을 함축한 느낌이었다.

그가 돈에 대해 노래한 이유,바로 직전 트랙들에서 정리 안 된 생각을 그대로 내뱉은 이유에 대해 어느 정도 납득하게끔 해주는 트랙.

본인 스스로도 양극성을 가지고 있기에 본인 스스로 거품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뱉어대기도 하지만,두 번째 벌스에서는 TV에 나오는 누군가처럼은 안 되겠다면서 내 근처라도 와보고 말하라는 태도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어쩌면 이센스가 아니면 들려줄 수 없는 벌스이고,또 이센스이기에 부릴 수 있는 스웩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곡이 김심야의 중독성 있는 훅 때문에 화제가 된 나머지 가사의 깊이감이 좀 묻힌 것 아닌가 싶어서 약간의 아쉬움은 남지만..사실 그만큼 훅을 잘 뽑은 것은 사실이므로 뭐라고 말을 못 하겠다.

 

열 두 번째 트랙 MTLA는 앞선 Bobos motel에서 말한 휴식과는 좀 다른 의미의 휴식인 듯 하다.

Bobos motel에서 얘기한 휴식은 정말로 모든 것을 이룬 뒤의 휴식이라면,MTLA는 현실에서 잠시 도피하는 듯 한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 통틀어서 가장 마음이 편해지는 트랙이었고,진짜로 쉬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직전의 두 트랙이 어쩌면 굉장히 소모적인 감정이었고 또 정신없기까지 했어서 더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만..

 

열 세 번째 트랙 Bad idea에서는 앞선 트랙들에서 정의내린 돈,그리고 스스로 결론지어버린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혼란을 느끼는 듯 했다.

이 곡에서 말하는 Bad idea가 부정적인 생각이 아닌,문자 그대로 진짜 나쁜 생각들인 것 같았다.

이 트랙도 듣는 이에 따라서 좀 거북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구나 싶어졌다.

 

사실 음원 사이트와 일반판으로 듣는 이들에게는 이대로 앨범이 마무리 되기 때문에,다소 정리가 안 된 마무리이고 굉장히 불친절하다는 생각이 드는 전개이지만..

난 한정판을 샀으니 뭐..ㅎㅎ

 

열 네 번째 트랙 Don은 스스로 느끼는 혼란이 정점에 달한 트랙인데,특히나 지금 이것도 다 돈이야라는 말을 반복할 뿐인 훅은 어떠한 강박까지도 느껴졌다.

어려서부터 월급따위는 바라지 않았고 위험부담,고수당만을 바라왔다는 가사가 굉장히 가슴아팠고,이렇게까지 돈에 집착하는 이유는 결국 가난을 알기에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음원사이트에 없어서 아쉽다..이 트랙을 들어봐야지 이 앨범에 대해서 이해가 확실히 될텐데..(라는 생각을 테이프 가진 분들이 하고계실지도..ㅠㅠ)

 

열 다섯 번째 트랙 서울에서는 이러한 생각들을 더욱 확실히 결론짓는다.

매드홀릭,옥타곤,타임스퀘어 등 도시의 밝은 부분을 언급하다가 뒷 골목엔 빡촌 이라는 단어를 내뱉는 것이 굉장히 인상적인데,결국 이 더러운 도시 속 모든 것은 다 게임에 가까우며 차라리 난 쟁취하고 말겠다라는 결론에 닿은 듯 했다.

 

사실 이 앨범을 처음 돌렸을 때는,트랙들의 짧은 플레이타임과 몇몇 트랙들에서는 정리되지 않은 듯한 벌스를 들려주었기에 역시 이런 것이 믹스테잎의 맛이 아닌가 하며 혼자 결론지어버린 부분이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리뷰를 어느 정도 작성을 하였었지만,이 앨범이 사실은 정규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아 쓰던 리뷰를 지우고 천천히 다시 돌려보았다.

그 결과,이 앨범이 왜 믹스테잎이 아닌 정규로 정정했는지 어느 정도 납득이 되기 시작했다.

각각의 트랙들이 말하는 주제는 분명 동일하다 봐도 무방할 정도이고,(물론 05.30.18은 좀 예외로봐야 될 듯 하다.)트랙의 연결도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믹스테잎이라면 이런 전개를 굳이 할 필요도 없고,잘 하지도 않는다.

 

돈에 대한 주제의식,돈을 번 뒤의 그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들을 보며 조소를 일삼기도 하고,혼란스러워 하기도 하는 그의 모습.

결국 그들 틈에 섞이지 못하고 이방인이 되어버린 그.

분명 이 앨범은 훌륭한 앨범임이 분명하다.

 

단순한 루핑 위주의 비트에 아쉬움이 조금은 남지만,달리 생각해보면 그냥 대화를 하듯 읊조리는 그의 랩핑에는 이러한 비트들이 오히려 최적화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앨범 제목이 이방인이니만큼 주류의 흐름에 따르지 않고,비트 초이스 마저도 철저하게 이방인의 시선으로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게 된다.

5점 만점에 4.8.

https://youtu.be/maZlBvTE4j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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