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MC Sniper-마이너스1집 (부제: 40)

앨범 리뷰

앨범리뷰)MC Sniper-마이너스1집 (부제: 40)

10년이 넘는 세월을 한가지 장르의 음악을 고집했다는 것은,분명히 박수 받아 마땅한 일이다.

더군다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심을 잃지 않고자 다짐하는 모습은,후배 뮤지션들에게도 훌륭한 자극이 되는 행동이다.

스나이퍼는 자신의 초심을 잃지 않고자,그리고 또 다른 시작점으로 이번 앨범을 마이너스 1집이라고 칭하였다.

샘플 클리어 문제 등으로 인하여 좀 지지부진하다가 뒤늦게 나온 것으로 알고 있지만,그러한 점이 이 앨범의 감상에 전혀 방해가 되는 요소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렇게 늦어졌다고 하나,나온지 한 달도 더 지난 이 앨범을 이제서야 들어본 나도 참 관심이 부족했던 것 같다.

아무튼 잡설은 각설하고 리뷰를 남겨보겠다.

 

첫 번째 트랙 여기에 있어는,지금껏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1세대 힙합 뮤지션으로써의 자부심과 담담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트랙이었다.

넌 똥을 누고 나올 때가 달라라던가 난 여기에 있었어 그게 죄가 됐어라는 가사,그리고 곡 말미에 변기 물 내리는 소리는 이 씬에서 그가 느껴온 회의감도 어느 정도 느끼게 해준 대목이었다.

 

두 번째 트랙 이솝우화는 동화에 비유한 제목과 대조되는,현 시국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늘어놓은 컨셔스 랩이었다.

쇼미더머니 1 이후 오랜만에 테이크원과 호흡을 맞췄다는 점도 매우 흥미로운 부분.

사실 곡의 전개에 있어서 여성 보컬의 싱잉 훅이라는,그가 아주 오래 전부터 활용해온 방식이 조금은 아쉬움이 남기는 했다.

일부 리스너들의 올드하다는 비판은 이러한 점에서 나온 것이 아닐는지.

 

물론 앨범 전체를 돌려본 리스너라면,이후에 이어지는 트랙들에서 스나이퍼가 그동안 들려주지 않았던 전개법으로 곡을 풀어나가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올드하다는 비판에 대한 타당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분명 새로운 모습도 많이 보여준 앨범이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다음 트랙들에 마저 감상을 남기겠다.

 

세 번째 트랙 who’s got the money는 큐엠의 피쳐링으로 빛을 더했는데,가난한 자들을 위한 분노에 찬 래핑을 뱉어댄 트랙이었다.

모든 것이 돈에 의해 정의되는 사회 시스템에 분노하는 이런 컨셔스랩을 들어본 것도 참으로 오래된 것 같다.

Flex,Swag.그것들이 요즘 힙합씬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라는 생각이 드는데,물론 그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마는..누군가는 이런 주제를 얘기해주기를 나도 은근히 바라왔는지 모르겠다.

 

네 번째 트랙 SKYFALL은 과거와 비교적 현재의 시점에 일어난 사건들을 언급하며,그것들을 절대 잊지 말라고 언급한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그런 아픔들이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이런 것 뿐이라라는 가사 등에 잘 묻어나있다.

 

다섯 번째 트랙 당신을 부르고 있어는 기존 스나이퍼의 음악에서 들을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였다고 본다.오토튠을 어느 정도 가미한 싱잉 트랙.

비트에서도 요즘 트랜드에 신경을 쓴 듯한 모습이 보인다.

아내에 대한 존경심과 고마움이 들어있는 트랙.

실제로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남편이지 않은가.

 

여섯 번째 트랙 널 사랑하니까는 사실 좀 당황스러웠다.

분명 이 곡도 굉장히 트랜드에 신경 쓴듯한,어찌 보면 이모 힙합에 가까운 트랙이기는 한데,앞선 트랙에서 아버지로써 혹은 남편으로써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잘 녹여내다가 갑자기 이 곡에서는 이렇게 우울한 감정을 풀어내는 전개가 굉장히 뜬금없었달까?

..이전 트랙에서 돌아오기를 바라는 이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가정을 한다면 타당한 전개일 수 있겠지만 말이다.

물론 이 곡만 싱글컷으로 잘라놓고 본다면,굉장히 훌륭한 트랙임은 분명하다.

10년도 더 활동한 1세대 래퍼가 이렇게 요즘 트랜드에 맞춘 곡도 무리 없이 소화했다는 점은 분명 엄청난 것이겠지마는..

그렇지만 이 곡에서 앨범의 후반부로 넘어가는 전개는 매끄러웠다.여섯 번째 트랙 가사중에는 힘에 겨운 세상을 떠나서 지옥을 야간 비행하려 해라는 가사가 있으니 말이다.

 

일곱 번째 트랙 elevator도 이전 트랙과 같은 이모 힙합의 바이브를 그대로 가져왔다.

좋다가도 나빠지는 감정의 기복을 곳곳에 은유적으로 나타낸 가사도 일품이거니와,곡 후반부에 갑자기 노래가 끊기고 우울한 간주로 이어지는 장치도 굉장히 잘 짜여진 흐름이었다.

아티스트 이름만 때어놓고 본다면,이게 스나이퍼의 곡이라고 누가 과연 생각할 수 있을까?

 

여덟 번째 트랙 손끝은 이전에 다소 뜬금없다고 느낀 앨범의 전개에 어느 정도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트랙이 되시겠다.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보며 아름답다고,사랑한다고 말을 해주는 그대에 대한 노래.

그리고 다시 날아 오르기로 마음 먹은 한 사내의 다짐으로 이 짧은 트랙은 마무리된다.

 

아홉 번째 트랙 야간비행은,사실 여럿이 떠오르게 만드는 노래였다.

그 동안 여러 아티스트들과 이해관계 등의 이유로 갈라서기도 했던 그였고,그 또한 결국 건진 것은 얼마 없는 듯 했다.

내가 인맥도 돈도 없지만 나는 나를 믿었어라는 가사를 씁쓸하게 느낀 이유는,스나이퍼가 그동안 겪어온 스토리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한 명의 팬이기에 그런 것이리라.

 

열 번째 트랙 제발 가지마는 헤어지고자 하는 이에게 제발 떠나가지 말라며 애원하는 곡으로,이 곡이 픽션이라고 가정해본다면 다섯 째 트랙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스토리도 모두 픽션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다섯 째 트랙은 진정 자신이 겪어온 것이 있기에 나올 수 있었던 트랙이었다는 생각은 든다.

 

열한 번째 트랙 Kurt Cobain,돈 되는 음악과 진정성 있는 음악 사이에서의 고뇌가 느껴지는 트랙이었다.

자살에 대한 암시도 어느 정도 있는 듯 한데,이 앨범 후반부 스토리가 현실과 픽션을 오가는 이야기였음을 이 트랙을 돌릴 때야 알게 되었다.

 

열두 번째 트랙 자동응답기는 아웃트로이자 하나의 스킷.

익숙한 몇몇 목소리도 들린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반가운 트랙이었다.

 

이 앨범은 앞선 세 트랙에는 씬과 사회에 대한 환멸,그 이후 트랙들에는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며 그가 느껴온 희로애락을 풀어냈다.

사실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풀어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또 한편으로는 지금 이 이야기를 꺼내놓지 않으면 안될 것만 같은 마음에 이렇게 만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사실 보통 전체적인 감상을 마지막에 남겨야지 맞는데,이미 지금 타이밍에 해야 할 얘기를 중간중간에 너무 많이 적어놨기에 지금 이런 저런 얘기를 해봐야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될 뿐인지라 이만 접어두겠다.

분명히 올드하다고 느낄만한 점들도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앨범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5점 만점에 3.8

 

https://youtu.be/DqmmTTs42-g

 

'앨범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앨범리뷰)C Jamm-킁  (0) 2019.05.23
앨범리뷰)Ash-B-SLAYING ASH  (0) 2019.05.17
앨범리뷰)A$hiroo-Hood Baby  (0) 2019.05.08
앨범리뷰)Legit Goons-ROCKSTAR GAMES  (0) 2019.05.08
앨범리뷰)NiNi Blase-Prototype  (0) 2019.05.02